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24.


《하프》

 레미 쿠르종 글·그림/권지현 옮김, 씨드북, 2017.11.7.



동강 이웃님이 찾아와서 쌀 한 자루를 건넨다. 이웃님 아버님이 짓던 논을 올해에 처음으로 물려받아서 지은 쌀이라고 한다. “쌀값 받으셔야지요.” “쌀값? 요새 쌀값이 을매나 되는 줄 아는감? 쌀값은 똥값도 안 돼. 논을 지으면 오히려 돈이 하나도 안 남아. 트랙터 쓰고 콤바인 쓰는 사람들만 벌어. 막상 논임자한테는 암것도 안 남는당께.” 이웃님 짐차를 큰아이랑 얻어타고서 고흥만으로 간다. 해마다 겨울이면 이곳에 철새가 허벌나게 찾아온다. 나라지기(대통령)가 바뀌기 앞서, 전남·경남 파란바다(해상 국립공원)에 ‘해상태양광·풍력’이 끔찍하게 들어섰다. 이쪽저쪽(민주당·국민의힘)을 밀건 안 밀건, 갑자기 마구잡이로 때려박은 이 미친짓을 제대로 짚는 모임(시민단체·언론사·지식집단)은 안 보인다. 망가지는 시골 논밭하고 바다를 한참 보다가 드디어 철새를 만난다. 가창오리떼에 고니무리를 본다. 〈더바구니〉를 들러서 집으로 온다. 《하프》는 꽤 잘 빚은 그림책이지 싶은데, 일찌감치 판이 끊긴다. 왜 안 읽힐까? 아니, 이러한 이야기를 눈여겨보면서 아이하고 어깨동무하는 하루를 짓는 어른은 어디 있을까? 아이는 ‘직업인·예술가’가 아닌 ‘사랑을 알고 나누는 어른’으로 자랄 적에 아름답다.


#LaHarpe #RemiCourgeon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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