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3.


《눈물은 한때 우리가 바다에 살았다는 흔적》

 김성광 글, 걷는사람, 2019.2.22.



속모둠칸(내장 하드디스크)이 멎는다. 아니, 뻗는다. 어찌해야 하나 헤매다가 언니한테 물으니 이제 낡고 닳아서 못 쓸 수 있다고 하더라. 서울 용산으로 가서 고치라 하는데, 서울길은 아득하고 전남 광주로 들고 간다. 오늘은 시골버스에서도 시외버스에서도 손글을 못 쓰다가 ‘되찾는’이란 이름으로 노래꽃 한 자락을 쓴다. 책을 조금 읽다가 덮고서 눈을 감는다. 광주 학동에서 내려 택시를 잡아타고 달린다. 속모둠칸을 맡기고 11만 원을 밑돈(선금)으로 치른다. 속모둠칸도 자리셈틀(데스크탑)도 새로 장만하자고 생각한다. 고흥으로 돌아오는 캄캄길에 비로소 손글을 척척 쓴다. 두 시간 내내 손글을 쓰니 손목이 시큰하다만 개운하다. 귤 한 꾸러미를 장만한다. 《눈물은 한때 우리가 바다에 살았다는 흔적》을 읽었다. ‘바라다’는 ‘바람’이 이름씨꼴이고, ‘바래다’는 ‘바램’이 이름씨꼴이다. ‘바램(빛바램)’에 얽매이는 글쓰기라면, ‘꿈(바람)’처럼 ‘홀가분한(바람)’ 길이 아닌, ‘스스로 잃고 잊는(빛바래다)’ 굴레에 스스로 갇힌다. 스스로 배워서 새롭게 가려 하지 않기에 굴레요 쳇바퀴이다. 글꽃(문학)을 하는 이들이 말에 날개를 달지 않고 사슬을 채우려 한다면, 글도 삶도 넋도 죄 시들고 말리라.


독재가 끝나고 민주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할 무렵인 1988년 바라다의 명사형을 바램에서 바람으로 바꾼다는 표준어 규정이 개정된 이후 한동안 나는 바램을 바람으로 쓰기 어려웠다 바램이 바람에 날아가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바람보다 바램이 더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바람과 바람/26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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