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프에게 고한다 1 세미콜론 코믹스
데즈카 오사무 글.그림, 장성주 옮김 / 세미콜론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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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2.12.13.

허수아비 죽음터



《아돌프에게 고한다 1》

 테즈카 오사무

 장성주 옮김

 세미콜론

 2009.9.28.



  《아돌프에게 고한다 1》(테즈카 오사무/장성주 옮김, 세미콜론, 2009)를 읽습니다. 이름이 ‘아돌프’인 세 사람이 어떻게 맞물리는가를 바탕으로 ‘삶·싸움’이 얽히는 자리를 짚고, ‘사람·허수아비’ 사이는 어떻게 다른가를 들려줍니다.


  싸움(전쟁)을 겪지 않고서는 싸움을 알기 어렵습니다. 생각해 봐요. 사랑을 겪지 않았는데 사랑을 안다고 할 수 없어요. 숲에 고즈넉히 안겨서 숲내음을 맡지 않고서 숲을 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바닷속에 들어가서 고래를 만나서 눈을 마주치지 않았는데 고래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싸움터(전쟁터 또는 군대)에 끌려간 사람이기에 싸움터를 압니다. 다만, 싸움터라 해도 다 똑같지 않습니다. 우두머리란 자리는 늘 뒤에 아늑히 앉아서 손가락만 까닥입니다. 총알받이란 자리는 늘 꼭두에 아슬아슬 서서 목숨이 달아납니다. 총을 쥐지도 않고 무거운 등짐을 지지도 않고 멧골이며 논밭을 가로질러야 하지 않는 우두머리가 겪은 싸움터란 무엇일까요? 총알이 빗발치는 곳에서는 소리를 질러도 서로 못 듣습니다. 총소리에 귀가 멍하거든요. 굴길(참호)을 파느라 지친 몸에 무거운 짐을 메고서 총알받이로 달려나가다가 폭 고꾸라지는 허수아비가 ‘싸울아비(군인)’입니다.


  우두머리는 늘 사람들을 길들여서 총알받이로 내몹니다. 무시무시한 총칼을 잔뜩 만들고 벼려서 옆나라로 쳐들어가면 큰돈을 가로채서 넉넉히 살 수 있다고 꼬드기려 듭니다. 그런데 곰곰이 짚어 봐요. 미국에서 새로 선보인 ‘숨은날개(스텔스 전투기)’ 하나 값이 1조 원이라고 합니다. 하나 값이 1조 원일 뿐, 이 하나를 만들기까지 들인 돈은 더욱 크게 마련입니다.


  총칼을 만들거나 사들일 돈으로 나라살림을 가꾸면 배고플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싸울아비(군인)를 거느릴 돈을 그냥 사람들한테 밑살림돈(기본소득)으로 나누어 주어도 모든 사람이 넉넉히 누릴 만합니다. 그러나 우두머리는 ‘사람들이 느긋하고 즐겁게 어깨동무하는 길’보다는 ‘사람들이 서로 미운놈(적·적군)을 과녁으로 삼아서 싸우려 들도록 내모는 길’을 좋아하더군요.


  너랑 내가 ‘태어난 나라’가 다르니까 미운놈이 되어 싸워야 할까요? 너랑 내가 ‘태어난 고장’이 다르니까 서로 미워하며 다퉈야 할까요? 나라에서는 ‘국민기본교육’이란 이름을 붙이지만, 정작 우리는 배움터(학교)를 다니면 더 다닐수록 오히려 ‘슬기로운 살림·포근한 사랑·아름다운 삶’하고 등진 채, 서로 미워하거나 시샘하거나 갈라치면서 아웅다웅하는 쳇바퀴에 스스로 갇히지는 않는가요? 잘 봐요. 슬기로운 살림을 배움터에서 가르치나요? 포근한 사랑을 배움터에서 들려주나요? 아름다운 삶을 배움터에서 보여주나요?


  테즈카 오사무 님은 《아돌프에게 고한다》를 그리면서 ‘세 아돌프’가 저마다 다르지만 안쓰럽게도 똑같은 수렁길로 치닫는 슬픔꽃을 밝힙니다. 시키거나 가르치는 대로 따라가는 끝이 무엇인지 낱낱이 밝혀요. 살림·사랑·삶하고 등지면 언제나 쳇바퀴에 허덕이는 줄 밝히지요. 이제는 우리 모두 스스로 눈을 뜨고 깨어날 수 있기를 빕니다. 종살이(노예생활)가 아닌 참살이를 바라보기를 빕니다.


ㅅㄴㄹ


‘그야말로 무대에 서서 박수갈채를 받는 인기배우하고 똑같아. 말하자면, 히틀러는 세기의 스타에 지나지 않아. 팬들이 그 스타에게 열광적으로 환호를 보내는 것뿐. 여긴 그야말로 극장이다. 극장 국가라. 그러고 보니 히틀러는 몸짓도 말투도 하나같이 연극배우 같군.’ (74쪽)


“네가 내 동생을 밀고한 것보다도, 네 아버지가 게슈타포란 사실을 숨기고, 아닌 척한 게 더 참을 수 없어!” “…….” “그래! 내 일거수일투족이 너를 통해 네 아비한테 흘러들어간 거야. 그 마을에서 습격당한 것도 그 때문이었어!” (102쪽)


“싸워야 해, 아돌프.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단다. 울상 짓고 멈춰 있으면 안 돼. 차별과 탄압에 맞서서 싸워야 해. 비록 지금은 조국 없는 민족이지만, 꿋꿋이 싸워 나가면 틀림없이 이길 거야.” (146쪽)


“유대인을 죽여도 된다고 가르친대요!” “그럴 리가.” “진짜예요. 친구 형이 소년단이거든요. 난, 빵집 아돌프를 싫어하게 될까 봐 무서워요.” “아직도 걔랑 어울린단 말이야?” “우린 친구예요!” (159쪽)


“히틀러 소년단은 유대인을 해충이라고 가르친단 말이에요!” “유대인? 무슨 얘길 하는 거냐?” “저한텐 유대인 친구가 있어요.” “빵집 아돌프 말이지? 그 녀석은 해충이다!” “걘 해충 아니에요!” “잘 들어라, 아돌프. 히틀러 소년단에선 유대인이 세상에 어떤 해악을 끼치는 쓰레기인지 낱낱이 가르쳐 준단다.” (204쪽)


“아빠는 너한테 무서운 사람으로 보였을지도 몰라. 그건, 조국을 위해 자신을 버리고 일했기 때문이다. 충성이란 그런 것이다.” (22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アドルフに告ぐ #手塚治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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