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나무같은 사람 - 식물을 사랑하는 소녀와 식물학자의 이야기
이세 히데코 지음, 고향옥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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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2.12.13.

그림책시렁 1036


《커다란 나무 같은 사람》

 이세 히데코

 고향옥 옮김

 청어람미디어

 2010.5.5.



  2022년 12월 어느 날, 자전거를 달려 고흥군 도화면 우체국을 다녀오는 길에 흠칫했습니다. 면소재지에 있는 도화중·고등학교 울타리를 따라 우람하게 솟은 나무가 하루아침에 젓가락으로 바뀌었거든요. 나무가 줄기를 올리고 가지를 뻗어 아름드리로 자라기까지 한두 해도 스물이나 서른 해도 아닌, 꽤 긴 나날이 흐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서울이고 시골이고 우람나무를 아무렇지 않게 베고 치고 괴롭힙니다. 《커다란 나무 같은 사람》을 이따금 되읽을 적마다 “우리나라에는 커다란 나무가 어디 있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높다란 잿집(아파트·빌딩)한테 둘러싸여 자라는 아이들은 작은나무도 우람나무도 모르는 채 그저 잿빛에 길드는 하루이지 싶습니다. 그림책이나 보임틀(텔레비전)로는 우람나무를 볼는지 모르지요. 그렇지만 나무 곁에 앉거나 나무줄기를 안으면서 푸른빛을 품을 겨를은 아예 없다시피 합니다. 배움수렁을 거쳐 스무 살이 된 젊은이도, 또 일자리를 얻어 돈을 버는 사람들도, 나무한테 속삭이고 나뭇잎노래를 들을 짬이 없어요. 이 땅에는 ‘작은나무 같은 사람’도 ‘큰나무 같은 사람’도 없이 ‘잿더미 같은 사람’만 키우는 얼개라면, 우리 앞날은 캄캄하거나 매캐할 뿐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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