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새벽 - 박노해 시집, 30주년 개정판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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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2022.12.8.
노래책시렁 273


《풀빛판화시선 5 노동의 새벽》
 박노해
 풀빛
 1984.9.25.



  잘난 분은 잘난 대로 삽니다. 못난 놈은 못난 대로 삽니다. 잘난 삶은 높지 않고, 못난 삶은 낮지 않습니다. 다 다르게 마주하고 바라보면서 배우고 사랑길로 새롭게 나아가는 하루입니다. 잘난 분이 잘난 삶을 고스란히 그리지 않고, 짐짓 거드름을 빼면서 가난을 노래한다면 얼마나 보잘것없을까요. 가난한 이가 가난한 하루를 그대로 옮기지 않고, 마치 잘난 분들처럼 거들먹거들먹 자랑하려 들면 얼마나 하찮을까요. ‘집짓기’는 낮은일이 아닌데 ‘건축업’처럼 한자말 이름을 붙이면 높은일이 될까요? 《풀빛판화시선 5 노동의 새벽》을 되읽었습니다. 이 노래책을 1992년에 처음 읽었습니다. 그때는 푸름이였고, 푸른배움터(고등학교)에서는 길잡이들이 “너 왜 불온서적을 학교에 가져오니!” 하고 윽박질렀습니다. 서른 해 지난 2022년에 “일하는 새벽”을 그린 노래는 아직도 ‘나쁜책’일까요, 또는 ‘좋은책’일까요? 일하는 사람이었기에 일하는 목소리를 담은 노래책인데, 1984년에 처음 태어날 무렵에는 박노해 님도 글바치 흉내로 ‘노동의’ 같은 이름을 붙였을 텐데, 새판으로 낼 적에는 ‘일하는’으로 추슬렀다면 새삼스레 빛났으리라 봅니다. 마음소리는 삶소리요, 마음노래는 삶노래입니다. 새벽에는 이슬이 맺습니다.

ㅅㄴㄹ

토요일이면 당신이 무데기로 동료들을 몰고와 / 피곤해 지친 나는 주방장이 되어도 / 요즘 들어 빨래, 연탄갈이, 김치까지 / 내 몫이 되어도 / 나는 당신만 있으면 째지게 좋소 (천생연분/23쪽)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 새벽 쓰린 가슴 위로 /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 아 / 이러다간 오래 못가지 / 이러다간 끝내 못가지 // 설은 세 그릇 짬밥으로 / 기름투성이 체력전을 / 전력을 다 짜내어 바둥치는 / 이 전쟁 같은 노동일을 / 오래 못가도 / 끝내 못가도 / 어쩔 수 없지 (노동의 새벽/10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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