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망소녀 히나타짱 3
쿠와요시 아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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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2.12.4.

생각하며 짓는 삶


《할망소녀 히나타짱 3》

 쿠와요시 아사

 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8.5.15.



  《할망소녀 히나타짱 3》(쿠와요시 아사/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8)을 아이들하고 함께 읽습니다. 그림꽃책은 날마다 쏟아지는데, 이 가운데 스스로 읽을 책이며 아이들하고 함께 읽을 책을 가리면 몇 안 남습니다. 숱하게 쏟아지는 책을 살피다가 생각합니다. 숲노래 씨로서는 아예 쳐다볼 마음이 터럭만큼도 안 들지만 참으로 숱한 사람들이 읽는 책이 꽤 많구나 싶어요.


  거꾸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숱한 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겨읽는 책인데 숲노래 씨 그대는 왜 거들떠보지 않느냐고 말이지요. 그렇지만 하나도 눈에 안 들어올 뿐더러, 겉그림이나 책이름을 보기만 해도 줄거리가 훤히 보이면서 따분한 틀에 갇히는 책을 손대고 싶지는 않습니다. 첫째, 사랑 아닌 짝짓기타령(애정행각)을 다루는 책은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죽느니 사느니 티격태격 주먹다짐이 춤추는 책은 들추지 않습니다. 이켠이건 저켠이건 저희 무리에 끼어야 옳다는 목소리가 가득한 책은 등돌립니다. 들숲바다하고 풀꽃나무를 잊은 책은 만지지 않습니다. 사람으로서 슬기롭고 참하면서 착하게 살아가는 아름길을 펴는 줄거리가 아니라면 아이들한테 건넬 마음이 아예 없습니다.


  아이를 걱정하다가 그만 숨을 거둔 할머니가 꼬마로 다시 태어나는 줄거리를 다룬 《할망소녀 히나타짱》입니다. 책이름으로도 왜 ‘할망소녀’인지 어림할 만해요. 그런데 이 그림꽃에 나오는 ‘히나타’만 다시 태어나지 않습니다. 누구나 다시 태어납니다. 그저 다시 태어나는 줄 잊어요. 다시 태어나서 이 삶을 부여잡는 까닭을 자꾸 잊습니다.


  어떤 일을 자꾸 겪는 까닭을 돌아보아야 해요. 왜 자꾸 똑같거나 비슷한 일이 불거지는지 살펴야 합니다. 우리가 이 수수께끼하고 실마리를 스스로 풀어서 매듭을 지을 때까지 ‘지겹거나 싫은 일’이 끝없이 또아리를 틀어요. ‘지겹거나 싫다는 마음’을 씻어내지 않으면, 아무리 수수께끼하고 실마리를 풀어도 똑같거나 비슷한 일은 고스란히 잇습니다.


  마음은 늘 마음으로 이어가서 만납니다. 사랑은 언제나 사랑으로 마주보면서 빛납니다. 짝짓기는 노상 짝짓기 노닥질로 헤맵니다. 끊어야 하거나 잘라야 하지 않아요. 따사로운 햇볕으로 녹일 노릇입니다. 싱그러운 바람으로 어루만져서 꽃이 피어나도록 북돋울 일입니다. 작은 그림꽃이 들려줄 ‘다시 태어난 할망아이 새걸음’은 앞으로 어떤 발걸음으로 수수께끼하고 실마리를 스스로 풀고 맺을까 지켜보기로 합니다.


ㅅㄴㄹ


‘1교시는 국어인가? 교과서가 뻣뻣하니 좋구나. 새 걸 쓸 땐 그걸 쓰는 사람까지 새로운 마음이 들지. 게다가 오래 써서 조금 낡은 학교 책상과 의자. 전엔 어떤 애가 썼으려나?’ (5쪽)


“젓가락은 한 개만 들고 움직이는 연습을 하면 된단다.” “헤. 어, 잘 된다.” “갑자기 좋아지지 않아도 괜찮아. 그리고 먹을 땐 맛있고 즐겁게 먹는 게 최고니까, 연습은 나중에 하렴.” (26쪽)


“자자, 얘들아. 배고프지 않니? 눈앞에 있는 음식에 집중하자꾸나.” (28쪽)


“툇마루에서 보이는 정원을 손질하며 사다오가 오기만 기다렸고, 그게 거의 내 일상이었어. 지금 난 그저 사다오 걱정뿐이야. 그러니 항상은 아니더라도 사다오가 굶을 때 급식을 나눠줄 정도면 난 족해.” (63쪽)


“미련을 끊어야 태어나기 전의 일을 다 잊을 수 있어. 미련이 있기 때문에 기억하는 거라고. 할 일을 다 하면 분명 태어나기 전 일도 잊을 수 있을 거야.” “뭐?” (77쪽)


“괜찮은지 아닌지는 아직 몰라. 하지만 난 네 힘이 되어 주고 싶단다.” (126쪽)


#桑佳あさ #老女的少女ひなたちゃん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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