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12.3.

숨은책 790


《페스탈로찌, 人類의 敎師》

 오사다 아라타(長田 新) 글

 이원수 옮김

 신구문화사

 1974.5.1.



  2005년에 태어난 아이는 이해 언저리에 나온 책을 모릅니다. 1975년에 태어난 몸이라 이해 언저리에 나온 책을 몰라요. 그래도 1993년까지 푸른배움터를 다니며 책마실을 다닌 인천 마을책집에는 ‘안 팔린 채 묵은 1970년대 첫무렵 손바닥책’이 제법 있었습니다. 푸름이일 적에는 ‘서문문고’하고 ‘박영문고’를 하나둘 사읽었고, 1994년부터 서울 골골샅샅 헌책집을 누비면서 ‘신구문고’를 마주하며 눈길을 틔웠습니다. 이 가운데 ‘新舊文庫 23’인 《페스탈로찌, 人類의 敎師》는 이름으로만 알던 페스탈로치라는 어른이 왜 어른이요, 아이 곁에서 어떤 배움살림을 폈는지 상냥하면서 쉽게, 또 낱낱이 풀어내더군요. 더구나 옮긴이가 어린글꽃(어린이문학)을 펴는 이원수 님이더군요. 예전이나 오늘이나 우리나라는 아직 배움수렁(입시지옥)이 끔찍합니다. 이름은 배움터(학교)이되, 삶도 살림도 사랑도 등진, 배움길이 아닌 죽음길이라고 느껴요. 살림꽃(밥짓기·옷짓기·집짓기)하고 너무 먼 우리나라 배움터를 오래 다닐수록 오히려 사랑을 잊으면서 잃지 않을까요?


페스탈로찌는 드디어 50인의 빈민 아동을 목표로 하여 빈민 학교를 세우고 스스로 거기에 나서서 아동을 모아 왔다. 그는 이 아이들과 같이 여름에는 땅을 갈고 겨울에는 면화를 실이나 베로 가공하여 경영을 유지하려 했다. 특히 그렇게 함으로써 아이들의 마음에는 다만 빈곤을 극복하여 자신을 자립으로 끌어올리는 노동의 쾌감이 생길 뿐 아니라 자활하면서 그들이 내적인 여러 가지 힘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페스탈로찌의 신념이었다. 그로 하여금 말하게 한다면 노동을 하는 사이에 지적 도덕적 및 종교적 여러 힘은 말하기·읽기·쓰기·외기 등에 의하여 연습되고 강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이 큰 세대에서는 사랑이 그 수호신이 아니어서는 안 된다. 더우기 아이들의 마음속에 모든 인간적인 고상함과 위대함을 자각케 하고, 그리고 그것을 공고히 하는 가정의 힘은 그 수호신으로서의 사랑 가운데 들어 있어서 거기서부터 흘러나온다. 이러한 수호신이 페스탈로찌의 빈민 학교를 강력히 지배했다. 그러나 페스탈로찌가 그들의 식탁에서 같이 먹어도, 아니 그들에게는 맛난 감자를 먹이고 자기는 험한 음식을 먹어도 이 훌륭한 사람은 그들에게서 비난을 받았다. 관청도 그를 원조해 주지 않았다. 물론 그에게는 이런 사업에 대한 세세한 지식이 없었다. 그래서 채무는 점점 불어 가서 1780년에는 학교를 해산하는 비운에 빠지게 되고 말았다. (47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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