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동 시전집
김규동 지음 / 창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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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숲노래 시읽기 2022.11.26.

노래책시렁 265


《생명의 노래》

 김규동

 한길사

 1991.10.5.



  스스로 사랑인 사람은 예부터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스스로 사랑이 아니라면 ‘껍데기라는 몸’은 있되, ‘목숨이 없다’고 여겼습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는 언제나 아이랑 한몸에 한마음으로 살림을 지으면서, 아이 삶결을 헤아리는 말씨를 가다듬습니다. 아이를 안 낳을 뿐더러 안 돌본다면, ‘나이는 먹’되, ‘어질거나 슬기롭지 않다’고 여겼습니다. 우리 집 아이가 없어도 이웃 아이에 마을 아이가 있습니다. 온누리 아이들이 있어요. 이 아이들을 한동아리로 바라보면서 사랑하는 숨결을 스스로 품지 않는다면, 모든 말글이나 몸짓은 겉치레입니다. 《생명의 노래》를 되읽습니다. 이제는 ‘생명의’ 같은 일본말씨를 떨칠 수 있는 글살림일까요? 글님은 늘 ‘어머니·어머님’을 그립니다. 모든 글은 어머니로 열고 어머님으로 닫는다고 할 만합니다. 어머니를 그릴 만하고, 텃마을(고향)에 가 보고 싶을 만합니다. 그런데 어머니도 예전에는 아이였고, 우리는 어느새 어버이(어머니·아버지) 자리에 서게 마련입니다. 태어난 곳만 아름답게 돌아볼 수 없어요. 발 닿는 모든 곳이 아름다이 피어나는 마을입니다. 노래는 놀이에서 나왔습니다. 놀이에서 노래가 나와요. 아이 마음으로, 아이 눈빛으로, 아이 마음을 펴기에 노래입니다.


ㅅㄴㄹ


깎인 나무토막처럼 / 어머님의 손은 차다 / 야위고 지친 그 손에 / 그러나 / 아름다운 조선은 침묵처럼 새겨져 있다 (어머님의 손/14쪽)


어머니 / 조금 쉬세요 / 가을날 옥수수대같이 / 가느다란 모습 하시고 / 무슨 일 그리도 많이 하시나요 / 백두산 가까운 곳 / 멀리 두만강이 흐르고 / 바라뵈는 건 산과 하늘뿐인 고향마을 (대신 할께요 어머니/8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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