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2022.11.24.

오늘말. 빗장


조용하면서 호젓이 지내고 싶기에, 올라타거나 넘보지 말라는 담벼락입니다. 배울 뜻이 없어 담을 쌓기도 하지만, 추레한 힘이 뻗지 않도록 단단히 지키려고 둘러대기도 합니다. 물리치려 하기보다는 바람을 맞아들이고 멧새가 내려앉아 쉴 만하도록 감싸는 울타리입니다. 예부터 집하고 집 사이에는 나무를 심고 가꾸어 가볍게 울로 삼았습니다. 나무는 둘 사이를 가로막지 않아요. 저마다 살림을 짓는 자리를 푸르게 나눕니다. 천천히 자라면서 가지를 뻗는 나무처럼, 찬찬히 하루를 돌보면서 넉넉히 피어나는 보금자리입니다. 우리 집은 나무를 품고, 나무는 우리 집을 안아 줍니다. 이기거나 지려는 삶이 아닙니다. 뿌리치거나 등돌리는 삶이 아니에요. 때로는 힘쓰고, 때로는 손쓰고, 때로는 용쓰기도 할 테지만, 언제나 마음을 쓰는 삶입니다. 마음을 쓰는 사이라면 맞서지 않아요. 마음을 안 쓰기에 대들거나 닫아요. 마음이 막힌 사이라서 빗장을 채웁니다. 마음을 틔운 사이라면 토를 달 일이 없이 어깨동무합니다. 작은새가 탱자나무 울타리에 깃드니, 큰새가 넘보지 못 합니다. 살짝 숨을 수 있는 울타리는 서로서로 부드러이 지켜줍니다.


ㅅㄴㄹ


막다·가로막다·맞받다·맞서다·마주받다·틀어막다·감싸다·둘러대다·에돌다·입다·받아주다·품다·안다·보듬다·견디다·참다·내버티다·버티다·버팅기다·주체하다·진득하다·질기다·대들다·대척·끈끈하다·끈덕지다·끈질기다·뚝심·굳건하다·굳세다·단단하다·탄탄하다·튼튼하다·꺾이지 않다·굽힘없다·꼼짝않다·주눅들지 않다·담·벼락·담벼락·돌담·울·울타리·닫다·빗장·자물쇠·잠그다·물리치다·뿌리치다·이기다·지키다·악착같다·억척스럽다·맷집·멍·소리없다·조용하다·손쓰다·애쓰다·힘쓰다·용쓰다·토·토씨·토를 달다·핑계·달아나다·내빼다·숨다·감추다 ← 방어, 방어적, 방어기제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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