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현 지음 / 풀빛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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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2.11.17.

그림책시렁 1031


《쭉》

 박주현

 풀빛

 2022.6.20.



  꽤 커다랗다고 여길 만한 호박꽃조차 꽃망울일 적에는 참 작습니다. 조그마한 오이꽃이며 참외꽃이 지면 어느새 굵고 크게 열매가 맺어요. 모과꽃은 작으면서 바알간 빛깔인데, 꽃이 지고 나서 다섯 달 즈음 천천히 무르익으며 굵고 묵직한 열매를 내놓습니다. 꽃송이만 보아서는 열매가 얼마나 굵거나 클는지 모를 만합니다. 꽃은 큰데 열매가 작기도 하고, 꽃은 조그마한데 열매가 큼직하기도 합니다. 《쭉》은 통통하게 익은 수박을 둘러싼 여러 소리를 들려줍니다. 그림님은 소릿결을 재미나게 누리기를 바라면서 줄거리를 엮었구나 싶어요. 참말로 여러 소리를 하나하나 되새길 만합니다. 그런데 몇 가지를 더 헤아리기를 바랍니다. 다 익은 수박을 따서 먹고 씨앗을 뱉는 서울살림(도시문화)에서 그치기보다, 노랗게 맺는 작은 수박꽃이 퐁 터지듯 피어나는 자리부터 바라보고, 수박꽃에 톡 내려앉는 벌나비를 지켜보고, 수박잎에 폭폭 내리쬐는 햇볕을 살펴보고, 수박덩굴에 좍좍 퍼붓는 여름철 소나기를 함께 맞이한다면, ‘소리(의성어)’ 그림책이 돋보일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어느 곳을 보느냐에 따라 붓결이 바뀝니다. 어느 자리에 서느냐에 따라 붓끝이 새롭게 춤춥니다. 수박덩굴은 춤추듯 뻗습니다. 춤사위 없는 노랫소리는 없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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