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2022.11.16.

오늘말. 뜰님


따사로이 쓰다듬는 손길이 아니라면 아이를 보살피지 못 합니다. 부드러이 감싸는 손이 아니라면 풀꽃을 가꾸지 못 합니다. 모름지기 어버이는 포근손으로 아이를 토닥여 사랑으로 보듬습니다. 들숲바다에서 어진 어른은 푸른손으로 풀꽃나무를 다독여 반짝반짝 품어요. 사랑손이기에 풀빛손일 수 있습니다. 꽃손이기에 꽃밭지기 노릇을 합니다. 집에서는 살림님으로서 즐겁게, 밭에서는 밭님으로서 알차게, 뜰에서는 뜰님으로서 푸르게 하루를 짓습니다. 우리는 푸른손가락으로 마주하면서 서로 반갑고 싱그럽습니다. 시골에서도 서울에서도 풀꽃지기로 만날 만해요. 둘레를 봐요. 잿빛으로 높다랗게 집채를 쌓아야 살 만하지 않아요. 사람도 새도 벌레도 짐승도 숲내음을 마시기에 튼튼하게 건사하는 몸입니다. 부릉부릉 매캐하다면 콜록콜록 기침이 안 멎어요. 굴뚝에서 불뚝불뚝 시커먼 김만 솟는다면 자꾸자꾸 재채기를 합니다. 거닐 자리를 되찾으면 들꽃이 피어나면서 풀내음이 퍼지는 빈터가 늘어나고, 이 빈터는 어른들 모임터에 아이들 놀이터 구실을 합니다. 부릉이(자동차)가 설 자리를 줄여요. 나무 한 그루 심을 자리를 늘려요. 나무내음이 모두를 살려요.


ㅅㄴㄹ


풀손가락·풀빛손가락·풀손·풀빛손·푸른손가락·푸른손·풀꽃돌봄이·풀꽃지기·풀돌봄이·풀지기·꽃살림·꽃살이·꽃삶·꽃일·꽃지기·꽃밭지기·들살림·들살이·들일·들짓기·뜰일·뜰살림·뜰짓기·뜰지기·뜰님·뜰돌봄이·뜰일꾼·밭지기·밭님·밭사람·밭일꾼·밭꾼·밭일·밭살림·밭짓기·밭지음 ← 그린핑거(green finger)


나무내·나무내음·나무냄새·숲내·숲내음·숲냄새·푸른내·푸른내음·푸른냄새·풀내·풀내음·풀냄새·풀빛내·풀빛내음·풀빛냄새 ← 피톤치드(phytoncide)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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