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0.26.
《하늘을 나는 마법약》
윌리엄 스타이그 글·그림/김영진 옮김, 비룡소, 2017.2.24.첫/2019.9.3.3벌
군산에서 광주를 거쳐 고흥으로 간다. 바깥마실을 마치고 돌아온 저녁이다. 곁님하고 아이들하고 한참 이야기를 하고서, 찌뿌둥한 몸을 누이고 난 저녁에, “하늘에 오로라가 있는 듯한데?” 하고 부르는 소리에 눈을 뜨니, 참말로 빛무지개(또는 빛기둥)가 하늘 가장자리를 덮는다. 고흥에서는 밤마다 미리내(은하수)를 늘 보는데, 빛무지개(또는 빛기둥)는 처음 만난다. 밤하늘 별잔치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노라면 반짝이(유에프오)도 어렵잖이 본다. 반짝이는 멀리 있지 않다. 밤하늘을 가만히 보는 누구나 만난다. 《하늘을 나는 마법약》은 아름책이다. 아껴서 읽는다. 흙으로 돌아간 윌리엄 스타이그 님은 더는 다른 그림책을 내놓을 수 없으니, 이 그림책 느낌글도 일부러 미룬다. 조금 더 마음에 품고 싶어서. 조금 더 돌아보고 싶어서. 그런데 영어로 나온 책이름은 “Gorky Rises”이다. ‘마법약’으로 하늘을 나는 줄거리가 아니다. 생각해 보라. ‘마법약’을 손에 쥐어도 못 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날개를 달아도 파닥거리기만 할 뿐인 사람도 많다. 책이름을 함부로 바꾸면 지은이 속빛을 감추거나 가리는 꼴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일부러 속빛을 못 읽도록 바꿀는지 모른다. 누구나 날 수 있는 줄 깨달으면 나라가 뒤집힐 테니까.
#WilliamSteig #GorkyRises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