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넋/숲노래 우리말 2022.11.13.
오늘말. 움큼
저는 시골에서 살아가니 서울을 잘 모릅니다. 서울에서 살아가는 숱한 사람들은 시골을 모르고 숲을 모릅니다. 이따금 시골로 놀러가거나 숲에 쉬러 가더라도, 늘 마주하는 터전이 아니면 ‘안다’고 말할 수 없어요. 아이를 낳든 안 낳든 아이 곁에 서며 아이를 마음으로 바라보고 사랑하지 않으면 아이를 모르게 마련이에요. 모름지기 모든 풀꽃나무는 스스로 씨앗을 내놓아 새랑 벌레랑 바람이랑 비가 도와서 퍼뜨립니다. 들숲을 덮는 푸른빛은 듬직하면서 기운차요. 속심이 환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풀빛을 품고서 씩씩하고 의젓하게 새길을 열도록 북돋우는 어른일까요? 아니면 벅찬 짐덩이를 꾸러미로 안기면서 배움수렁에 가두는 꼰대일까요? 쉬거나 놀 틈이 한 움큼조차 없는 오늘날 서울 아이들은 풀꽃을 사랑하는 마음을 건사하기 어렵습니다. 숲빛을 등진 채 나이만 먹는다면 서울을 자꾸 늘리면서 쳇바퀴에 빠져요. 똑같은 수렁을 새 아이들한테 들씌우고 말아요. 아이들이 당차게 일어서려면 들숲바다를 어릴 적부터 누려야 합니다. 별빛보따리를 옆구리에 끼고, 바람바구니를 손에 들면서 홀가분히 뛰놀고 노래할 적에 비로소 나라를 바꿀 만합니다.
ㅅㄴㄹ
숲·숲빛·풀꽃·풀꽃나무·푸른빛·풀빛·들숲·들숲바다 ← 자연풍경
씩씩하다·의젓하다·듬직하다·굳다·굳세다·세다·억세다·드세다·단단하다·든든하다·탄탄하다·튼튼하다·듬직하다·대견하다·다부지다·당차다·기운차다·힘차다·뚝심·배짱·뱃심·속·속심·엄두 ← 기백(氣魄)
구럭·꾸러미·꾸리·꿰미·모둠·모음·묶음·벼리·무지·무더기·뭉치·뭉텅·뭉텅이·뭉텅뭉텅·바구니·한바구니·함지·벼리·보따리·보퉁이·타래·자락·자리·움큼·죽·줌·줄줄이·몇 가지·여러 가지 ← 질(帙)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