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실한 정원사 - 누구에게나 눈부신 날들을 위한 선물
클라리사 에스테스 지음, 김나현 옮김 / 휴먼하우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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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숲노래 책읽기 2022.11.12.

인문책시렁 248


《충실한 정원사》

 클라리사 에스테스

 김나현 옮김

 휴먼하우스

 2017.11.15.



  《충실한 정원사》(클라리사 에스테스/김나현 옮김, 휴먼하우스, 2017)는 땅과 나무와 씨앗과 하늘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합니다. 책이름에 붙은 ‘정원사’라는 이름인 분들은 ‘따로 손을 대어 심고 가꾸는 일’을 가리키기에, 이 책이 들려주려는 이야기하고는 좀 어긋납니다. 차라리 “뜰을 돌보다”나 “밭을 보듬다”쯤으로 수수하게 옮기는 길이 나았으리라 봅니다. “살뜰히 푸른손”이나 “알뜰히 풀빛손”이라는 숨결을 느끼도록 말결을 가다듬을 만합니다.


  이 나라에서 쓰는 ‘정원’이라는 한자말은 ‘매만져서 꾸며 놓은 꽃나무밭’이라고 할 만합니다. 이와 달리 이 책은 ‘매만지지 않고 땅심을 지켜보고 해바람비를 맞아들이는 길’을 다루지요.


  우리말 ‘돌보다·가꾸다’는 억지를 안 쓰는 길입니다. 숨결을 고이 헤아리면서 품는 길입니다. ‘매만지다·꾸미다’는 억지를 쓰는 길이에요. 숨결보다는 겉으로 보기에 좋도록 하는 길입니다.


  해를 읽고 바람을 맞고 비를 누릴 적에는 어디나 저절로 숲을 이룹니다. 사람이 손을 안 대기에 애벌레가 잎을 알맞게 갉고서 나비로 깨어나 꽃가루받이를 합니다. 잎만 푸를 적에는 애벌레로 살고, 바야흐로 꽃이 피려고 할 즈음 고치를 틀어 꿈누리로 간 뒤, 어느덧 꽃망울이 터져 둘레를 밝힐 무렵 날개가 눈부신 나비로 거듭나는 숲이요 들이며 터전입니다.


  우리가 저마다 뜰을 돌보는 눈길이라면 이 얼거리를 기쁘게 맞이하리라 생각해요. 시골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공원·정원’이 아닌 ‘풀밭·풀숲’을 누리고 나누면서 푸른손가락으로 살림을 다독일 만합니다.


  나무는 해바람비를 먹기에 튼튼히 자라요. 사람도 해바람비를 머금기에 튼튼히 삽니다. 오늘 우리가 아이들한테 물려줄 이 터에, 해바람비가 고루 깃들면서 푸른들에 파란하늘로 넘실거리기를 바라요.


ㅅㄴㄹ


선생님이 있는 학교가 아니라, 들판의 학교에서 모든 것을 배웠단다. 그 누구도 이 전쟁이 커다란 매처럼 급습하여 마을 전체를 지옥으로 만들어버릴 줄은 몰랐고, 그 상황에서 어떻게 빠져나와야 할지도 몰랐어. (40쪽)


“여기에 뭘 심을 거예요?” 내가 물었다. “아무것도 심지 않을 거란다.” 삼촌이 말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전에는 거칠어진 땅을 비옥하게 하기 위해 땅을 불태웠다. “왜 아무것도 안 심고 맨땅으로 두려는 거예요?” “아, 내 강아지야, 이건 초대장이란다.” (57쪽)


“가난한 사람이 나무도 없다면 세상에서 가장 굶주린 사람이 되는 거란다. 그런데 가난하지만 나무가 있다면 돈으로 살 수 없는 걸 가지 큰 부자가 되는 거지.” (58쪽)


“땅은 아주 인내심이 강하단다. 알겠니? 씨앗과 잡초, 나무와 꽃을 받아들이고, 비와 곡식의 낟알, 불을 받아들이지. 자신에게 오라고 초대하기도 하고, 자신에게 오는 걸 허락하기도 해. 완벽한 주인이지.” (59쪽)


#TheFaithfulGardener #ClarissaPEstes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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