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 김만중의 생애와 문학
김병국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2001년 12월
평점 :
품절


숲노래 책읽기/숲노래 인문책 2022.11.11.

인문책시렁 249


《서포 김만중의 생애와 문학》

 김병국

 서울대학교 출판부

 2001.12.23.



  《서포 김만중의 생애와 문학》(김병국, 서울대학교 출판부, 2001)을 읽으며 ‘서울대 글바치’는 일부러 글을 어렵게 쓰려 한다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그러려니 이런 글결을 흘리면서 ‘김만중 삶자취’를 엿보려 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김만중 삶길을 일군 어머니’가 더없이 돋보이는구나 싶더군요.


  곁님한테 이 책에 흐르는 줄거리를 들려주었더니 ‘벼슬자리에 순이를 안 쓴 나라’가 멀쩡하게 돌아갈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나라는 ‘순이하고 돌이가 거의 똑같이 짝을 이루게 마련’이니, 벼슬순이를 두지 않을 적에는 ‘똑똑하고 일 잘 하는 사람’이 처음부터 토막나는 꼴이거든요.


  조선 500해는 내내 벼슬돌이만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숱한 순이는 조용히 집안에 머물렀어요. 이때에 순이가 집안일만 했다면 나라는 더 빨리 무너지고 더 엉망이었으리라 느껴요. 비록 벼슬길에 나설 수 없는 순이였으나 ‘벼슬길에 나서는 어린돌이’를 똑바로 가르치고 이끈 노릇을 했기에, 이럭저럭 나라가 멀쩡할 만했구나 싶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처음부터 순이돌이가 고르게 집안을 돌보고 마을을 가꾸고 나라를 살피는 어깨동무로 나아간다면, 모든 잘못이나 말썽은 사그라들 만합니다. 돌이만 높여서도 순이만 높여서도 안 될 노릇이에요. 어깨동무하는 길을 갈 노릇입니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크게 해야 할 일이 아닌, 서로 손을 맞잡고 슬기롭게 일을 풀어내는 길로 나아가야 아름집·아름마을·아름나라·아름별을 이룹니다.


  김만중 님이 남긴 《구운몽》이나 《사씨남정기》는 김만중 님 손을 거쳐서 태어났되 혼자 썼다고 하기 어려운, 어머니 손끝하고 눈빛을 듬뿍 머금으며 자라난 아이가 삶을 가만히 밝히려는 이야기꾸러미였다고 봅니다.


ㅅㄴㄹ


그녀(김만중 어머니)는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지혜로워서 한 번만 가르쳐도 문득 깨달으니, 옹주(翁主)께서 늘 ‘아깝다, 그 여자가 된 것이!’” 하고 한탄했다 한다. 그녀는 나이 겨우 열네 살에 김만중의 아버지 익겸에게 시집왔다. (16쪽)


틈이 나면 문득 서책을 펴 보아 스스로를 달래고 나날이 읽기를 더욱 널리 하니 참판공은 아들 없는 근심을 거의 잊었다. 그래서 할아버지 윤신지는 말하기를, 손녀와 더불어 대화를 할 때면 매양 가슴속이 문득 확 트이는 것같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가 만일 남자라면 우리 집안에서 대제학이 나오지 않았겠느냐고 한탄했다 한다. (17쪽)


윤부인은 두 아들 때는 물론이고 그 다음 대의 손아(孫兒)들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유년시절에 관한 한, 단지 자애로운 어머니나 할머니가 아니라 엄격히 글을 가르치는 교사이기도 했던 것이다. (18쪽)


집안이 가난하여 몸소 길쌈하고 수놓아 조석 밥을 대셨으되 태연하여 일찍이 근심 빛이 없으시던 어머니, 《소학(小學)》, 《사략(史略)》, 《당시(唐詩)》를 손수 가르쳐 주시던 어머니, 베틀에서 비단을 미련 없이 끊어내어 《좌씨전(左氏傳)》 한 질(帙)을 사 주시던 어머니. (21쪽)


김만중의 열두 살 때(1648) 기록을 보면 그는 이미 이즈음에 글짓는 재주가 어지간히 성취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어머니는 처음으로 공식적인 학교 시험이랄 수 있는 상시(庠試)를 보게 한다. (4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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