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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라기 - 며느리의, 며느리에 의한, 며느리를 위한
수신지 지음 / 귤프레스 / 2018년 1월
평점 :
숲노래 만화책 2022.11.9.
만화책시렁 468
《며느라기》
수신지
귤프레스
2018.1.22.
아기는 ‘어른’ 둘이 사랑으로 맺을 적에 ‘어버이’로 거듭나려는 마음씨앗을 심기에 낳을 수 있습니다. 살림은 ‘집’을 사랑으로 가꾸어 ‘보금자리’로 북돋우려는 생각씨앗을 품기에 지을 수 있습니다. 우리를 낳은 어버이가 시키는 대로 한다면 어려울 일이나 걸림돌이 없을 만합니다. 꼬박꼬박 마침종이(졸업장)를 따고 일자리를 얻고, 잿빛집(아파트) 사는 돈을 빌리거나 받을 수 있겠지요. 이때에는 둘레(사회) 누구하고나 똑같은 모습입니다. 귀염이(인형)이지요. 《며느라기》는 여러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첫째, ‘며느리살이’를 하며 ‘점수따기’를 하고픈 마음과 ‘이건 아닌데?’ 하는 마음입니다. 둘째, ‘순이 마음’하고 ‘돌이 마음’을 가르는 틀입니다. 셋째, 오직 ‘서울’에 머물며 ‘일·이름·돈’을 스스로 건사하고픈 마음입니다. 넷째, 늘 부릉이(자가용)로 움직이면서 여느 이웃이 어디에서 어떻게 있는지 모르는 마음입니다. 버시어머니(시어머니)도 ‘순이’입니다. 잊지 않기를 바라요. 가시어머니(장모)도 ‘순이’이고요. 삶·살림은 오직 사랑으로만 바꿉니다. 조선 500해에 걸쳐 퍼진 부스러기를 씻으려면 순이돌이가 그저 사랑 하나로 갈아엎으면 됩니다. 돌이뿐 아니라 순이도 ‘사랑’만 볼 노릇입니다.
ㅅㄴㄹ
“혹히, 혹∼시라는 게 있잖아. 음식은 다 해 왔으니까 아침에 일어나서 차리기만 하면 돼. 어머니가 얼마나 좋아하시겠어.” “좋아하시겠지.” “그럼, 얼마나 좋아하시겠어∼. 나 점수 좀 따겠지?” (29쪽)
“형수님은 뭐랄까, 나쁜 분은 아닌데, 그냥 형수님 인생 사시는 분이야. 엄마도 포기했어. 그냥 형이랑만 잘 살면 된다고 생각하셔. 그래서 사린이 네가 우리 부모님한테 싹싹하게 잘해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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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살이 연속극’을 만화로 옮길 수 있다.
그러나 눈길을 안 바꾸면
늘 똑같이 짜증을 내고 싸우고 갈라진다.
그리고 갈라치기를 하고 만다.
왜 ‘시집살이’만 바라보려 하는가?
사람들 눈길을 시집살이에 가두는 셈 아닌가?
우두머리(대통령·정치꾼)가 잘못한다고 여겨
날마다 우두머리를 나무랄 수 있는데,
우두머리를 나무라면 나라가 바뀔까?
오히려 우두머리만 쳐다보느라
우리 삶·보금자리·마을·아이들을 잊지 않나?
‘말썽 많은 시집살이’를 다루기만 하면
늘 이 쳇바퀴나 수렁에 빠진다.
그래서 예부터 슬기롭고 어진 사람들은
‘시집살이’를 삶자리에서 아예 도려냈다.
스스로 짓는 사랑만 삶자리에 담으려 했다.
《며느라기》는 시집살이 잘잘못을 따지는 듯싶으나
곰곰이 보면
날선 비아냥하고 손가락질에 갇힌다.
시집살이를 통째로 버린
수수한 순이돌이가 적잖이 있다.
숲노래 씨도 시집살이를 통째로 버렸다.
숲노래 씨 아버지는 몹시 성을 내고
숲노래 씨 어머니도 서운해 하지만
통째로 버리고 새길을 찾지 않으면
앞으로 하나도 바꿀 수 없다.
무엇보다 서울을 떠나 시골서 살면
어떤 시집살이도 있을 수 없다.
‘자가용 없이 시골에서 살’되
‘시집도 처가도 다 머나만 시골을 골라’서 살면
아무 걱정도 말썽도 없다.
사랑으로 낳아 돌볼 아이들을 바라보면
시어머니도 장모도 눈녹듯이 바뀌고
시아버지도 장인도 눈녹듯이 달라지고
아늑하면서 새로운 살림길을 연다.
만화이든 글이든 영화이든
이런 새길을 담고 들려주어야
문화예술이란 이름을 붙일 만하지 않을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