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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을 조금 더 가지고 싶어요 - 제주 어린이, 권윤덕 작가와 자연을 쓰고 그리다
권윤덕 지음, 함덕초등학교 선인분교.성산초등학교 어린이 33인 그림 / 남해의봄날 / 2022년 5월
평점 :
숲노래 어린이책/숲노래 그림책 202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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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 사람은 ‘어른’이 아닙니다. 철이 들어 해바람비·풀꽃나무·들숲바다를 제대로 읽을 줄 알 적에만 ‘어른’입니다. 제주 어린이하고 그림배움터를 꾸린 권윤덕 님은 《파랑을 조금 더 가지고 싶어요》를 내놓는데, 너무 가르침(교훈)을 앞세우려 했구나 싶어요. “아이들은 이제까지 별다른 생각 없이 갈치조림을 먹고 갈치구이를 먹어 왔을 거다. 어떻게 하면 그 아이들이 책상 위의 갈치를 들여다보고 만져 보면서 새삼 생명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을까?(127쪽)” 하고 말하는데, 아주 틀렸습니다. 왜 틀렸느냐면, 어른이란 이름을 쓰는 사람들이 갈치낚시를 해서 갈치조림·갈치구이를 해서 아이들 앞에 내놓을 뿐이거든요. 모든 어린이는 스스로 숨빛(생명)입니다. 스스로 숨빛인 아이들한테 따로 ‘생명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보여주거나 가르치려 하면 앞뒤가 안 맞아요. ‘아직 어른이 아닌 나이든 사람’으로서 무엇을 돌아보고 뉘우치는가를 생각해서 펼 노릇입니다.
《파랑을 조금 더 가지고 싶어요》(권윤덕 글·제주 어린이 33사람, 남해의봄날, 2022.5.5.)
ㅅㄴㄹ
그 위에 활기찬 자신의 모습을 담은 아이들 그림이 겹쳐졌다
→ 거기에 기운찬 제 모습을 담은 아이들 그림을 겹쳤다
→ 그리고 씩씩한 제 모습을 담은 아이들 그림이 함께 있다
바다는 이미 많이 파괴된 것이 아닐까
→ 바다는 이미 많이 망가지지 않았을까
→ 바다는 이미 많이 무너지지 않았을까
→ 바다는 이미 죽지 않았을까
모두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요
→ 모두 잘 살 수 있는 터전을 가꾸겠다고요
→ 모두 잘 살 수 있는 터를 일구겠다고요
→ 모두 잘 살 수 있는 마을을 짓겠다고요
바다의 신이 전하는 이야기에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담았다
→ 바다님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저마다 생각을 이렇게 담았다
→ 바다빛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다들 생각을 이렇게 담았다
나의 여정에 아이들이 따라온 것도 같고, 아이들 그림책 속 여정으로 내가 걸어 들어간 것 같기도 하다
→ 내 길에 아이들이 따라온 듯도 싶고, 아이들 그림책길로 내가 걸어 들어간 듯도 싶다
→ 내 삶에 아이들이 따라오기도 했고, 아이들 그림책 삶으로 내가 걸어 들어가기도 했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종이 팔레트에 물감을 짜고 붓을 들어 그리기 시작했다
→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종이판에 물감을 짜고 붓을 들어 그린다
+ + +
바다는 진작 망가졌습니다.
제주 바닷가를 빙 두른 부릉길(찻길)이
얼마나 왜 바다를 망가뜨리는가 안다면
섣불리 부릉이(자가용)를 못 몹니다.
‘어른’이란 이름을 앞세워
날마다 부릉부릉 몰아대는 쇳덩이부터
스스로 걷어치울 줄 알아야
어린이 앞에서 ‘생명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말할 귀퉁이를 열 수 있지 않나요?
부릉부릉 쇳덩이를 만드느라
얼마나 이 별을 망가뜨리고
얼마나 이 별을 빨아먹는지를 깨닫고,
부릉부릉 쇳덩이를 모느라
얼마나 이 별을 깨뜨리고
얼마나 이 별을 더럽히는가를 알아야,
어린이 앞에 ‘어른’으로 섭니다.
‘가르침(주제의식 + 교훈)’을 너무 따진 나머지
이 책을 비롯한 숱한 어린이책이나 그림책은 그만
“어린이는 처음부터 싱그러운 숨빛(생명)”인 줄
잊은 채
어린이를 가르치거나 길들이려 듭니다.
제발 그냥 어린이 목소리를 들으셔요.
그저 어린이 눈빛을 보셔요.
그리고 바다 못잖게
우리말이 엄청나게 망가졌습니다.
우리말도 좀 바라보셔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