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0.17.


《구운몽》

 김만중 글/설성경 옮김, 책세상, 2003.2.3.첫/2006.1.25.고침



서울로 바깥일을 나선다. 시외버스에서는 글을 쓰다가 자다가 책을 읽다가 다시 글을 쓴다. 전철로 갈아탄다. 우장산 곁 〈악어책방〉으로 찾아간다. 이 마을책집에 꼭 가 보라는 귀띔을 여러 해 들은 끝에 오늘 틈이 났다. 아무리 서울이더라도 멧자락을 곁에 끼는 책집이면 아름답다. 어린이도서연구회 은평지회에서 일하는 이웃님을 만나고서 종로3가 길손집에 깃든다. 불빛이 번쩍번쩍한 서울이다. 별빛을 찾고 싶어 두리번거리지만 모두 막혔다. 자리에 누워 눈을 감고서 별을 그린다. 눈을 뜨면 온통 잿빛이고 시끌벅적하지만, 눈을 감으면 이 몸을 내려놓고서 마음으로 별을 만난다. 《구운몽》을 서른 해 만에 되읽었지 싶다. 배움수렁에 시달리던 푸름이일 적에 읽었으니 줄거리가 하나도 안 떠올라 새로 읽었다. 예나 이제나 배움터에서 푸름이한테 이 옛글을 가르칠 텐데, 왜 가르쳐야 할는지 잘 모르겠다. 가만 보면 ‘근현대소설’이라면서 김동인이나 이광수 글도 함부로 가르친다. 예전에는 일찍 짝을 맺었으니 열대여섯 살이어도 읽을 만했겠으나, 오늘날에는 《구운몽》을 스무 살이 넘은 뒤부터 읽어야 하지 않을까? 다만, 이 옛글이 밝히는 속뜻은 깊이 생각할 만하다. 꿈하고 삶 사이에 흐르는 마음빛을 헤아릴 노릇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