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0.15.
《세균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계사》
케이트 메스너 글·팰린 코치 그림/김미선 옮김, 책과함께어린이, 2022.6.10.
바람이 자고 구름이 없이 맑게 트인 하늘이다. 밤에는 별빛잔치이다. 고즈넉하면서 아늑하다. 바깥일을 하러 큰고장에 찾아가면 바람결이나 구름노래나 별빛잔치를 눈으로 마주하기 팍팍하다. 시골에서건 서울에서건 마음을 기울이면 언제나 해바람비랑 함께하는데, 걷다가 문득 멈추기 어려운 서울이다. 사람물결이 쏟아지니 먼저 두리번거린 다음에 뒤나 옆에 아무도 없다고 느낄 적에야 멈춰서 하늘바라기를 하거나 거리나무를 살살 쓰다듬다가 안을 수 있다. 길바닥 틈새에서 돋은 길꽃을 보려고 갑자기 멈추면 뒷사람이 쿵 부딪히거나 앞사람이 치고 지나갈 테니, 길꽃도 흘깃 보고 지나치는데, 시골 보금자리에서는 하염없이 하늘도 구름도 별도 바람도 가을꽃도 마당나무도 마주할 만하다. 석류알이 붉고, 수유나무 열매는 해바람을 더 머금고서 붉으려 한다. 《세균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계사》를 읽었다. 그나마 우리나라 사람 아닌 이웃나라 사람이 쓴 글이기에 돌림앓이가 두려울 까닭이 없다는 대목을 조금은 밝힌다만, 너무 돌봄길(의학)에 얽매이기는 한다. 사람이 바보짓을 편 탓에 새나 헤엄이나 나무가 떼죽음일 때가 있으나, 숲 그대로 있을 적에는 떼죽음이 없다. 숲빛을 잊다가 잃으면 죽음길이다. 이 하나를 제대로 알면 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