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0.14.


《가슴을 재다》

 박설희 글, 푸른사상, 2021.11.10.



마을할매가 우리 집 뒤꼍에 몰래 들어와서 불퉁감(대봉감)을 한 소쿠리 훔친다. 그렇게 많이 따서 다 드실 수 없을 텐데? 먹고 싶으면 몰래 담타기를 해서 훔치지 말고, 우리 집 앞으로 들어와서 감을 달라고 할 노릇이다. 사람이 안 먹어도 새가 와서 먹고, 나무에서 떨어지면, 우리 집 뒤꼍은 들딸기밭이니 들딸기가 영그는 거름으로 삼는다. 가볍게 가을바람 자전거를 달린다. 오늘은 살짝 저녁이다. 아니, 가을이 깊어가며 저녁이 일찍 찾아든다. 《가슴을 재다》를 읽었다. 노래님이 경기 수원에서 보내는 나날을 글자락으로 엿볼 만하다. 노래감은 먼곳에서 찾을 일이 없다. 언제나 우리 스스로 가꾸고 누리고 나누는 삶이 고스란히 글감이자 그림감이고 노래감이다. 다만, 어느 삶을 누리든 이 삶결을 다시 바라보면서 새롭게 나아갈 길을 헤아릴 적에 글이나 그림이나 노래가 태어난다. 남이 잘 보아주기를 바라면서 치레를 한다면 글도 그림도 노래도 아니라고 느낀다. 멋스러이 차려입는 옷치레가 사람을 살리지 않는다. 옷치레로는 마음이 살아나지 않는다. 글치레로도 사람을 살리지 못 한다. 우리가 스스로 살아나는 길은 치레도 꾸밈도 덧붙임도 아닌, 오직 삶을 수수하게 마주하고 사랑하면서 오늘을 가꾸는 살림길 하나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