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11.7.

숨은책 766


《즐거운 농촌살림》

 고경숙 글

 국련군사령부 주한경제조정관실·기술협조부 지역사회개발국·백조사

 1958.3.



  지난날에는 서울조차 임금집(궁궐)을 빼면 모두 시골입니다. 오늘날에는 시골조차 읍내는 서울을 닮고 면소재지마저 잿빛집(아파트)이 들어섭니다. 지난날에는 나라님이라 해도 시골살림을 북돋우는 길을 살펴야 했다면, 오늘날에는 나라님도 벼슬아치도 글바치도 시골살림하고는 등집니다. 날마다 숱한 책이 쏟아지지만 이 가운데 시골사람이 시골빛을 가꾸는 어진 이야기를 들려주는 꾸러미는 아예 없다고 할 만합니다. 숲책(생태환경책)조차 서울사람이 서울(도시)에서 푸른길을 잊지 않도록 다잡는 데에서 그쳐요. 《즐거운 농촌살림》은 ‘국련군사령부’에서 펴낸 책이기에 수수께끼입니다. ‘국련군사령부(1951.2.15.∼1951.5.10.)’는 한겨레가 둘로 갈려 피비린내가 나도록 싸우던 무렵, 북녘에 들어선 ‘유엔(UN)’ 벼슬터입니다. 고작 석 달 동안 북녘에 있던 벼슬터에서 낸 책이라면 1951년판이어야 할 텐데 1958년 3월에 찍었다고 적혀요. 그러나 1951년에 처음 나온 판을 그 뒤에도 꾸준히 새로 찍었을 수 있습니다. 우리 살림돈으로는 이만 한 책을 엮어나 내기 벅찼어도 유엔에서 이바지했으면 넉넉히 낼 만했을 테고, 퍽 오래도록 시골살림에 이바지할 수 있겠지요. 즐겁기에 살림이고, 사랑으로 가꾸며 푸른 시골살림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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