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말씨앗 (2022.7.26.)

― 인천 〈아벨서점〉



  모든 말은 삶에서 태어나요. 모든 삶은 살림살이(자급자족)에서 태어나고요. 모든 살람은 숲(자연)에서 태어나는데, 모든 숲은 작은씨앗 한 톨에서 태어납니다. 모든 작은씨앗은 사랑으로 태어납니다. 모든 사랑은 꿈으로 태어납니다. 모든 꿈은 마음에서 태어나고, 모든 마음은 생각으로 태어납니다. 모든 생각은 우리 스스로 ‘참다운 나’라는 별빛을 품는 넋에서 태어나는데, 모든 넋은 다 다른 나이면서 너예요. 모든 다 다른 나하고 너는 새롭게 삶을 지으려고 터뜨리는 첫말로 태어납니다.


  ‘숲’에 있으면, 숲이 살림터이자 배움터이면서 사랑터로 나아갈 만합니다. 《아나스타시아》(블라지미르 메그레 글/한병석 옮김) 열 자락을 천천히 읽어 되읽어 본다면 누구나 스스로 알아차리실 만하지요. 숲에서 살림을 가꾼다면 숲빛을 읽으면서 스스로 푸르면 즐거워요. 서울(도시)에서 살림을 일군다면 숲빛을 노래하는 책을 곁에 두면서 하늘빛을 늘 새록새록 가슴으로 안으면 파란노을로 밝고요.


  인천 배다리에 깃들면서 〈아벨서점〉에 들릅니다. 오늘은 책을 조금만 돌아보자고 생각하지만, 하나를 쥐면 둘이 보이고, 셋이 뜨이며 넷을 품습니다. “그래, 시골집에서 두고두고 읽을 책이라고 여기자.” 하고 생각합니다.


  바깥(사회)에서 보는 대로라면 아이들은 20살부터 ‘밖(사회)’으로 나아가야겠지만, 보금자리에서 사랑을 짓는 눈길로 바라본다면, 아이들은 “늘 보금자리라는 아늑한 터전(사회)”에 즐겁게 있어요. 굳이 “돈을 벌거나 부딪혀야 하는 어른나라(기성세대 중심 질서)”로 나아가야 하지 않아요. 어른나라에서 말하는 ‘청소년 복지나 정책’은 모두 책상물림 벼슬꾼(공무원)이 돈 쓰는 틀(예산 소모)에서 맴도는데, 제도권학교를 다녀야만 이 부스러기 울타리를 받더군요.


  모든 어린이하고 푸름이는 스스로 천천히 슬기로이 풀어나갑니다. 스스로 천천히 삶·살림을 풀어나가며 어른으로 자라기에 스스로 천천히 말꽃을 터뜨려요. 삶·살림을 둘러싼 말을 스스로 짓습니다.


  배움터를 오래 다닐수록 말짓기를 못 하더군요. 배움터를 안 다니고서 삶이며 살림을 손수 짓는 사람은 말짓기를 스스로 하고요. 배움터를 오래 다니기에 ‘글쓰기 아닌 글꾸미기’를 한다면, 배움터를 기웃거리지 않기에 ‘글쓰기·삶쓰기·살림쓰기’를 ‘사랑쓰기’로 잇는 실마리를 스스로 알아차립니다.


  앞으로도 이 나라 아이들이 배움터를 오래 다녀야 한다면, 우리 말글은 비틀거리거나 무너질 만합니다. 이제는 삶·살림을 사랑이란 숲빛으로 마주할 때입니다.


ㅅㄴㄹ


《북한여성》(이태영, 실천문학사, 1988.3.30.)

《숨쉬는 책, 대표작가 대표작품》(이청준 외, 오상, 1982.9.20.첫/1987.5.2.2벌)

《밤마다 꾸는 신기한 꿈, 꼬마 탕이 배워 나가는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리자 브레스네르 글·프레데릭 망소 그림/윤정임 옮김, 디자인하우스, 2000.6.25.)

《바람의 사상, 시인 고은의 일기 1973∼1977》(고은, 한길사, 2012.12.10.첫/2017.12.20.4벌)

《남자현》(강윤정, 지식산업사, 2018.12.21.)

《ABE 16 안네》(에른스트 쉬나벨/신동춘 옮김, 학원출판공사, 1984.8.31.)

《거대한 그물》(니콜라이 베르자예프/이경식 옮김, 종로서적, 1981.8.30.)

《靑春을 불사르고》(김일엽, 중앙출판공사, 1994.3.5.개정 초판)

《이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이오덕, 청년사, 1977.5.10.첫/1986.5.30.11벌)

《現代女性敎養講座 5 知性의 薔徵》(배영원 엮음, 계몽사, 1963.8.15.)

《쌩 떽쥐뻬리 選集 4 城砦 下》(쌩 떽쥐뻬리/염기용 옮김, 범우사, 1975.11.25.)

《敎育과 文化的 植民主義》(마틴 카노이/김쾌상 옮김, 한길사, 1980.11.29.)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