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0.10.


《살바도르》

 파트리시아 헤이스 글/문주선 옮김, 찰리북, 2021.1.10.



파란병에 걸러서 마당에 내놓는 샘물은 가을볕을 받으면서 환한 맛이다. 여름볕하고 겨울볕을 머금는 샘물맛은 다르고, 봄볕을 머금는 샘물맛도 다르다. 모든 물맛은 철마다 다르다. 날마다 다르기도 하고, 아침저녁으로도 다르다. 이와 달리 서울 꼭짓물은 늘 똑같은데 밍밍하게 쇳맛이 돈다. 책더미를 조금 추슬러서 우리 책숲으로 옮기는데 소나기가 온다. 소나기가 멎은 뒤 자전거를 달린다. 구름춤이 대단한 하루이다. 올여름에도 구름춤은 엄청났다. 하늘이 트인 곳에서 살면 바람하고 동무하고 구름하고 벗삼으며 비랑 해랑 별하고 이웃으로 지낸다. 《살바도르》를 읽었다. 뜻있게 나온 어린이책이라고 본다. 이 책을 읽고서 서울·큰고장을 떠나 시골·숲으로 옮기려고 꿈꾸는 어린이가 나오기를 빈다. 아이 스스로 서울을 시골빛으로 가꾸고 큰고장이 숲으로 돌아가도록 즐겁게 마음을 쓰면서 자라나기를 빈다. 어른이란 몸을 입은 나이든 이들은 서울에 발을 들이면 못 떠난다. 흙을 밟을 수 없고 빗물을 머금을 수 없고 샘물을 마실 수 없고 별하늘을 누릴 수 없는데 왜 옭매여야 할까? 서울사람도 저녁 아홉 시에는 불을 끄고 보금자리에 깃들기를 빈다. 반가운 이하고 놀더라도 밤 열한 시까지는 잠자리에 누울 수 있기를 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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