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0.7.


《해변의 거리》

 사사키 마키 글·그림/김난주 옮김, 북스토리, 2013.12.9.



구름이 거의 없는 하늘이다. 자전거를 탄다. 들길을 가로질러 우체국에 간다. 큰고장이나 서울에서 살며 우체국을 오갈 적에는 부릉부릉 매캐한 길에서 귀퉁이에 밀려야 했다. 오늘날 큰고장에서는 골목길조차 사람길 아닌 부릉길이다. 어른이 느긋이 걸을 수 없고, 아이가 이리저리 뛰어다니지 못 한다. 쇳덩이는 골목으로 밀고 들어오지 말아야 한다고 여긴다. 정 다니고프다면 큰길로만 다닐 노릇이다. 저녁에 〈1900 (피아니스트의 전설〉라는 빛그림(영화)을 새롭게 다시 본다. 《해변의 거리》를 장만했다. 2013년판이 24000원인데 2022년에도 어쩐지 비싸다. “일본 만화 역사에 남을 걸작”이라거나 “무라카미 하루키가 사랑하고 테즈카 오사무가 증오한 만화가” 같은 말을 마구 붙이는데, 숲노래 씨는 이이 그림꽃이 그리 꽂히거나 스미지 않는다. 글이건 그림이건 그림꽃이건 빛꽃이건 길어야 ‘이야기’가 아니다. 한 줄이나 한 칸으로도 ‘이야기’를 담는다. 좋건 나쁘건 얄궂건 아름답건 다 다른 ‘이야기’이다. 이야기가 없는 글이나 그림이나 삶이 어디 있는가? 너무 추켜세우는구나 싶고, 추킴질에 적잖이 갇히기도 했다고 느낀다. 그저 다 다른 손길로 태어난 다 다른 삶과 이야기를 마주하면 넉넉하다. 그리고 ‘바닷거리’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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