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원미글숲 (2022.5.25.)

― 부천 〈용서점〉



  탈을 쓴다고 해서 속빛이 바뀌지 않습니다. 탈을 쓰면 ‘탈차림’일 뿐입니다. 여우탈을 쓰기에 여우가 되지 않고, 사람탈을 쓰기에 사람이 되지 않아요. 그럴싸한 옷을 입기에 그럴싸한 사람이 되지 않습니다. 멋지다는 부릉이를 몰기에 멋진 사람이 될까요? 훌륭하다는 책을 읽기에 훌륭한 사람이 될까요?


  스스로 마음에 사랑이라는 씨앗을 차근차근 심기에 사랑스러운 사람입니다. 사랑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마음을 스스로 밝히기에 기꺼이 손을 내밀 뿐 아니라 어깨동무를 하면서 온누리에 빛줄기를 드리워요. 사랑이란 마음으로 책을 쥐기에 어느 책을 펴든 스스로 피어나고 자라납니다. 사랑이란 마음이 없이 책을 잡기에 대단하거나 놀랍거나 아름답다는 책을 펴지만, 막상 우리 삶을 추스르지 못 합니다.


  서울(도시)에는 ‘숲인 척하는’ 쉼터(공원)가 곳곳에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이든 시골이든 ‘그저 숲인 숲’이 있어야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을 테지요. 껍데기로는 껍데기예요. 허울로는 허울입니다. 알맹이여야 알맹이입니다.


  부천 〈용서점〉에서 ‘수다꽃’을 함께 지피면서 생각합니다. 용지기님은 이 마을책집이 ‘원미글숲’이 되기를 꿈꿉니다. 누구나 스스럼없이 찾아와서 책을 읽고 사고 나누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들으면서 무럭무럭 자라는 나무 한 그루로 서기를 바라지요.


  우리는 서로 다 다른 나무입니다. 다 다른 터전에서 다 다르게 삶을 누리면서 살림을 일구는 다 다른 나무예요. 우리가 어른이라면, 오늘 할 몫이란, ‘봄(보기·보다)’이라고 느낍니다. 지켜보고 살펴보고 돌아보고(돌보고) 마주보고 알아보고 찾아보고 즐겨볼 줄 아는 마음이기에 넉넉합니다. 우리가 아이라면, 오늘 할 놀이란, ‘그림(그리기·그리다)’이라고 느껴요. 하루를 그리고 생각을 그리고 이야기를 그리면서 웃음꽃을 그립니다.


  마음을 빛내는 분이라면 누구나 마음빛을 누릴 만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하늘빛하고 풀빛하고 눈빛을 문득 마음으로 듣고서, 가만히 옮겨적거나 풀어내는 징검다리라는 길을 걸어가려고 합니다. 풀꽃이 들려주는 말을 글로 옮깁니다. 나무가 속삭이는 말을 글로 얹습니다. 새가 알려주는 말을 글로 엮습니다. 별빛이 노래하는 말을 글로 가꿉니다.


  글숲을 지을 수 있고, 책숲을 세울 수 있어요. 말숲을 익힐 수 있고, 살림숲을 돌볼 수 있습니다. 사랑숲으로 모일 수 있고, 푸른숲으로 삶자리를 열 수 있어요. 씨앗 한 톨을 손바닥에 올리듯 책 한 자락을 가만히 집고서 생각숲으로 들어섭니다.


ㅅㄴㄹ


《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도코 고지 외/송태욱 옮김, 현암사, 2017.6.30.)

《나의 수채화 인생》(박정희, 미다스북스, 2005.3.31.)

《자연과 지식의 약탈자들》(반다나 시바/한재각 외 옮김, 당대, 2000.1.20.첫/2000.10.30.3벌)

《천천히 스미는》(G.K.체스터튼 외/강경이 옮김, 봄날의책, 2016.9.20.첫/2016.10.10.2벌)

《基督敎敎育의 課題》(D.C.Wyckoff/전택부 옮김, 대한기독교교육협회, 1957.9.15.첫/1981.3.15.3벌)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조수미, 제일미디어, 1994.6.25.)

《믿음의 名詩》(김희보 엮음, 종로서적, 1984.8.10.)

《복음주의적 학생운동》(올리버 바클레이/한화룡 옮김,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 1985.2.22.)

《모두를 위한 권리, 한 권으로 읽는 기본소득》(윤지영·김예슬, 나눔문화, 2020.12.14.)

《솔직히 말하자》(김남주, 실천문학사, 1989.11.25.)

《경건 생활의 기초》(에이 W.토저/강귀봉 옮김, 생명의말씀사, 1974.12.25.첫/1985.7.25.4벌)

《미스터 뱃맨의 一生》(존 번연/박화목 옮김, 대한기독교출판사, 1977.3.10.)

《권위》(마틴 로이드 죤스/김성수 옮김, 생명의말씀사, 1978.4.20.)

《귀로 웃는 집》(임영조, 창작과비평사, 1997.1.20.첫/2005.10.15.4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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