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노래 . 숲노래 마음읽기
바람결이
바람결은 날마다 바뀐단다. 느끼니? 철에 따라도 바뀌고 모든 날에 따라서도 바뀌지. 넌 어쩌면 철갈이 바람을 느낄 수 있고, 때로는 ‘하루갈이’ 바람을 느낄 수 있어. 아침·낮·저녁·밤·새벽으로 바뀌는 바람을 느낄 수도 있고. 요새는 꽤 많은 사람들이 ‘때갈이 바람’이며 ‘하루갈이 바람’을 아예 못 느끼고 ‘철갈이 바람’마저 모르더라. ‘선풍기도 아닌’ 에어컨을 틀어놓는 길에 익숙하니, ‘덥다·춥다’ 두 마디만 할 뿐, ‘어떤 바람’인가를 느끼려 하지 않아. 보렴. 바람을 잊으면 하늘을 잃고, 하늘을 잃으면 별빛을 잊으면서 어느새 숨빛을 잃는단다. 넌 오늘 어떤 길을 가니? 네가 가는 길에는 어떤 바람이 흐르니? 너는 바람을 몸으로 느끼니? 네 마음은 바람결을 헤아리는 숨빛이니? 하루아침에 봄이 오거나 여름이 되거나 가을에 이르거나 겨울로 닿지 않아. 늘 천천히 스미지. 날마다 조금씩 물들어서 새철로 나아간단다. 하루도 이 같은 길이야. 아침이 확 낮이 되거나 저녁이 되지 않아. 늘 천천히 고르게 흐른단다. 철바람은 언제나 모든 숨결이 스스로 철들도록 스스럼없이 가만히 흐르지. 이 바람을 온몸·온마음·온눈으로 마주한다면, 너는 늘 홀가분하면서 새롭게 하루를 배우고 누려서 네 빛씨앗을 다스리는 숨결로 바뀐단다. 그리고, 낮이 밤으로 가고, 밤이 낮으로 가듯, 넌 얼마든지 오르내리는(춤추는·널뛰는) 마음일 수 있어. 오르내리건 춤추건 널뛰건 늘 웃어 보렴. 2022.8.21.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