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9.26.
《인생이 내추럴해지는 방법》
신이현 글, 더숲, 2022.5.27.
고흥읍내를 걷다 보면, 읍내 큰길조차 담배꽁초하고 쓰레기가 수북하다. 고무신으로 걸으며 이 시골사람들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새삼스레 느낀다. 고흥살이 열두 해를 돌아본다. 고흥군수나 벼슬꾼(공무원) 가운데 읍내 길이라도 걸어다닌 이가 있을까? 면장이나 면소재지 벼슬꾼 가운데 마을길이나 논두렁을 걸어다니는 이가 있는가? 군수도 벼슬꾼도 군의원·도의원도 길을 걷는 꼴을 본 적이 없다. 길바닥이고 골목이고 마을 곳곳이고 온통 쓰레기밭으로 내팽개치면서 그들은 뭘 하려나? 며칠 동안 가라앉던 풀벌레 노랫소리가 오늘 다시 우렁차다. 《인생이 내추럴해지는 방법》을 재미있게 읽었다. 글을 재미있게 쓸 줄 아는구나 싶기도 하고, 흙지기로 살아가려는 프랑스 아저씨가 얼핏 무뚝뚝할는지 모르나 스스로 삶빛을 지을 줄 아는 마음이기에 이 같은 이야기책을 여미기도 하겠구나 싶다. 다만, 글멋을 안 부려도 되지 않을까? “인생이 내추럴해지는 방법”이란 책이름뿐 아니라, 몸글(본물)을 보면 토씨만 우리말이기 일쑤이다. “푸르게 사는 길”은 겉멋이 아니다. 삶을 푸르게 가꾸는 하루는 오롯이 풀빛을 품으면서 푸근하고 푸지게 푸른바람을 펴는 길이라고 본다. 시골에서 살며 시골말이 없다면, 시골이란 뭘까 모르겠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