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9.7.


《한자나무 2》

 랴오원하오 글/김락준 옮김, 교유서가, 2021.9.3.



볕이 넉넉하니 이불을 말린다. 차곡차곡 꺼내어 말리고서 드러누워 쉰다. 작은아이는 이제 샛자전거에 앉기에는 키가 껑충해도 “발판을 구르지 말고 그냥 앉으렴. 자전거로 바람을 가르면 한결 시원하잖니.” 하고 구슬러서 같이 골짝마실을 한다. 이러고서 혼자 우체국을 다녀온다. 저녁에는 오랜만에 〈The Legend Of 1900(피아니스트의 전설)〉를 함께 보며 눈물짓는다. 그런데 한창 빛그림(영화)을 보는 사이에 어느 틈바구니로 들어왔을까, 박쥐 하나가 살랑살랑 마루랑 끝칸이랑 부엌을 오가면서 난다. “얘야, 우리 집 말고 너른 들하고 숲에서 놀렴.” 하고 속삭인 다음에 살살 잡아서 마당에 내려놓으니 밤하늘로 훨훨 날아간다. 《한자나무 2》을 읽었다. 첫걸음도 살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나로서는 다 아는 한자라서 굳이 궁금하지 않기도 한데, 이 책은 꽤 재미있게 엮었다고 느낀다. 그저 ‘한자나 영어를 이렇게 엮어서 내면 잘 팔리는 듯한’데, 우리말 이야기를 이렇게 엮어서 널리 읽히고 넋과 숨결과 삶을 되새기도록 북돋우는 일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이 나라 사람들은 말을 어떻게 지켰는지 다 잊은 듯하다. 그냥 아무 말이나 쓰고, ‘학습도구’란 이름을 내세워 한자하고 영어를 아이들한테 쑤셔넣기만 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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