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음노래
옆소리
너희가 있는 모든 곳에 소리하고 짓(몸짓)이 있어. 소리나 짓이 없는 곳은 없지. 온갖 소리·짓을 듣거나 볼 텐데, 둘레에서 흐르는 소리·짓을 듣거나 보느라 네 마음을 못 듣거나 못 보기도 한다. 또는 어떤 소리·짓을 다 듣거나 보면서도 네 마음소리·마음빛을 고스란히 듣고 보면서 네 길을 차근차근 즐겁게 가기도 해. 또는 아무런 옆소리·옆짓도 안 받아들이면서 오직 네 마음소리·마음빛만 받아들이기도 해. 너는 어느 길을 어떤 마음으로 가려고 하니? 네가 가려는 길은 너한테 어떤 생각씨앗을 심어 주는 생각짓일까? 옆을 안 보고 간대서 길을 잃지 않아. 오히려 옆을 너무 살피느라 네 마음빛을 놓치는 바람에 길을 잃지. 옆·둘레에 무엇이 있든 ‘네 옆에서 흐르는 소리·빛’은 네가 갈 길이 아니란다. ‘네 마음에서 흐르는 소리·빛’이 늘 네가 갈 길이야. 마음눈을 틔워 보겠니? 마음눈을 틔우는 사람·숨결이라면, 둘레·옆에 무엇이 있는지 하나도 모르더라도 스스로 나아갈 길을 또렷이 빛줄기로 알아본단다. 바다에서 헤엄치는 새는 ‘둘레·옆에 있는 것’을 안 쳐다본단다. 풀꽃나무도 둘레·옆을 안 쳐다보지. 너희 사람들은 곳곳에 ‘눈길을 사로잡거나 빼앗을 소리·짓’을 잔뜩 만들어 놓더구나. 길그림(지도)을 들여다보기에 길을 찾거나 알지는 않는단다. 네 마음에 ‘오늘 스스로 해보면서 나아가려는 꿈’을 그릴 적에 비로소 네 하루를 신나게 씩씩하게 날면서 갈 수 있지. 너(나)는 너(나)를 보면 다 된단다. 2022.8.25.나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