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낱말
아거 지음 / KONG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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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10.4.

인문책시렁 238


《어떤, 낱말》

 아거

 KONG

 2019.10.1.



  《어떤, 낱말》(아거, KONG, 2019)을 읽었습니다. 글님 마음에 남은 낱말을 놓고서 삶을 차근차근 되새기는 이야기는 부드럽습니다. 다만, 부드러이 흐르던 글은 곧잘 턱턱 막히곤 합니다. 굳이 안 써도 될 만한 넉글한자(사자성어)를 자꾸자꾸 끼워넣는군요.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은, 그러니까 오롯이 말로 생각을 펴는 사람은 섣불리 넉글한자를 자랑처럼 읊지 않습니다. 이웃하고 말로 생각을 나눌 적에는 예부터 으레 옛말(속담)을 곁들였습니다. 옛말에는 이야기가 흐르면서 삶을 엿보는 슬기로운 눈길이 흐른다면, 넉글한자에는 뭔 소리인지 몰라 뜻풀이를 따로 해야 하면서 똑똑한 티를 내는 우쭐거리는 어깻짓이 흐릅니다.


  이웃님 누구나 말에 마음을 실어서 들려주기를 바랍니다. 이웃님 누구나 겉치레나 겉멋이 아닌 속살림을 가꾸는 속사랑으로 글을 여미기를 바랍니다.


  남한테 보여줄 글이 아닌, 스스로 하루를 되새기는 글을 쓰면 됩니다. 빈틈없는 글쓰기나 훌륭한 글쓰기나 놀라운 글쓰기나 빼어난 글쓰기가 아닌, 오로지 삶을 사랑하는 살림길을 숲빛으로 적시면서 어깨동무하는 글쓰기이면 됩니다.


  정 뭔가 남달리 밝히고 싶은 대목이 있다면, 손수 새말을 짓기를 바라요. ‘사자성어’를 ‘넉글한자’처럼 옮길 수 있고, ‘녹즙’은 ‘풀물’로 옮길 만합니다. 오늘날에는 일본 한자말처럼 ‘작문’을 하는 사람은 거의 사라지고 ‘글쓰기’를 합니다. ‘퍼블리싱’이나 ‘출판’이 아닌 ‘책쓰기·책내기·책짓기’를 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은 멋이 아닌 별빛에 풀빛에 흙빛에 바람빛에 구름빛에 꽃빛을 말글에 담게 마련입니다.


ㅅㄴㄹ


좋은 사람은 신기루였다. 절대 도달하지 못할 영역. 그러다 이 사회가 요구하는 좋은 사람이란 기준이 잘못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기준에 맞추다 보니 오히려 나란 존재를 소외시키고 있는 것은 아니었는지 의문이 생겼다. (14쪽)


대의니, 정의니 하는 명분을 내건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구린내가 진동을 한다. (50쪽)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뜀박질로 어린이집에 당도해 아이를 챙겨 급하게 집으로 돌아온다. 해야 할 일투성이다. 밥 먹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밀린 빨래도 돌리고, 아이들 숙제 챙기고, 씻기고, 내일을 위해 또 서둘러 잠자리에 들고, 하루 일과를 돌이켜볼 여유조차 사치인 듯하다. (64쪽)


그런데 틀은 딱 그 안에서만 자유로운, 밖으로 나가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강압 또한 품고 있다. (12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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