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8.29.


보헤미아의 우편배달부

 구드룬 파우제방 글/오공훈 옮김, 교유서가, 2018.3.6.



제주에서 할 바깥일을 어제 마쳤고, 오늘은 작은아이가 가고 싶다는 한라산으로 가자고 생각한다. 나라숲(국립공원)이기에 미리 알려야 한대서 이모저모 살피는데, 어느 누리집에 들어가는지 번거롭기도 하지만, 몇 시부터 몇 시까지만 이름을 올릴 수 있더라. 이름까지 올리며 올라야 한다면 안 가고 싶을 뿐더러, 누리집에 적힌 말이 어려워 그만둔다. 안 알리고 가는 길이 있대서 ‘어리목’을 오르기로 한다. 그런데 조금 걷다가 꼭대기에 닿네. 우리는 어리목 아닌 ‘어승생악’을 올랐구나. 거참. 나중에 보니 알림판을 제대로 안 세웠더라. 제주조차 이렇게 엉성하구나. 어승생악 오르는 길을 보면 나무에 쇠줄로 ‘이름판’을 친친 감던데, 이런 짓 좀 말자. 나무이름 모르면 딴 곳에서 배우자. 어쨌든 어승생악을 올랐기에 일본군 참호를 보았다. 〈책밭서점〉에 들렀더니 ‘일본군 참호’는 ‘제주 4·3’ 무렵에도 쓰였다고 한다. 〈나이롱책방〉까지 들르고서 하루를 쉰다. 《보헤미아의 우편배달부》를 읽었다. 독일말 책은 “외팔 글월나름이”인데 왜 ‘보헤미아’로 바꿨을까? 바꾼 책이름 탓에 줄거리가 엉킬 수 있다. 히틀러와 허수아비가 일으킨 싸움 탓에 ‘가난하고 수수한 시골 독일사람’이 어떻게 고단한가를 살뜰히 담았다.


ㅅㄴㄹ


#derEinhandigeBrieftrager #GudurunPausewang


나중에 더 글을 쓸 텐데

‘독일을 떠날 수 있던 사람’은

돈이 많거나 이름값이 높거나 힘(권력)을 쥔 사람들.

가난한 사람이나 땅을 짓던 사람은

히틀러하고 허수아비가 활개를 쳐도

독일을 떠날 길이 없었다.

그저 모든 소용돌이가 가라앉고서

독일이 아름터로 숲을 품기를 바라면서

억눌리고 짓밟힌 나날을 견딜 뿐이다.


구드룬 파우제방 님은 이 대목을

상냥하면서 깊이 건드렸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만한 글을 쓰는 이가

아직 드물다고 느낀다.

제주 이야기를 제대로 느끼거나 알고 싶다면

‘한강 소설’이 아닌

‘김석범 소설’을 읽기를 바란다.


히틀러하고 이승만·박정희·김일성이

뭐가 다르겠는가.

군사독재권력은 우두머리 한 놈 때문에 서지 않는다.

우두머리에 빌붙는 감투잡이가 있고

감투잡이 옆에서 콩고물을 나눠먹는

숱한 똘마니가 있기 때문이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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