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과 입술 - 우리를 살게 하는 맛의 기억 사전
윤대녕 지음 / 마음산책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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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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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라는 자리는 누가 세웠을까 하고 돌아보면, 언제나 어머니 스스로입니다. 아버지라는 자리도 아버지가 스스로 세웠습니다. 우리나라 돌이는 살림꾼 노릇을 슬기롭거나 어질게 맡을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순이가 감투를 쓰고 벼슬을 얻으면 이 나라는 어떤 길로 나아갈까요? 예부터 순이가 나라지기를 맡을 적에도 총칼을 잔뜩 챙겨서 싸움을 끝없이 벌였을까요? 돌이가 아기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고 밥을 짓고 옷을 기웠어도 사나운 짓을 일삼을까요? 《칼과 입술》을 읽었습니다. 어머니 손맛을 다루는 책이라고 하는데, 말씨 하나하나가 그리 우리말스럽지 않습니다. 읽다가 자꾸 걸립니다. 요새 “요리를 만들다”나 “밥을 만들다”처럼 ‘만들다’를 아무 데나 넣는 사람이 많은데, 뚝딱뚝딱 찍어내는 결이 ‘만들다’입니다. 부엌일은 ‘만들기’ 아닌 ‘짓기’입니다. 어머니한테 읽히고 싶은 글이라면, 어머니 입말과 삶말과 살림말과 사랑말을 헤아려 통째로 손질할 노릇일 테지요.


ㅅㄴㄹ


《칼과 입술》(윤대녕 글, 마음산책, 2016.6.20.)


지금까지 나의 어머니는 이 책을 읽지 못한 채 늙어가고 있다

→ 이제까지 우리 어머니는 이 책을 읽지 못한 채 늙어간다


얻기까지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 얻기까지는 힘들다

→ 얻기까지는 만만찮다

→ 얻기까지는 쉽잖다

→ 얻기까지는 손이 많이 간다


메주를 만들어 말린 다음

→ 메주를 빚어 말린 다음


그러나 단순히 조미료로 분류하기엔 그 쓰임새가 몹시도 미묘하고 광범위하다

→ 그러나 한낱 양념으로 넣기엔 쓰임새가 몹시도 야릇하고 넓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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