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숲노래 동시
노래꽃 . 멍 2021.4.28.
바다를 낀 포근고장에서
바닷바람 머금는 후박나무
지난겨울 맵추위에
그만 잎이 얼었어
멍든 얼굴처럼
누렇게 죽은 잎인데
새봄에 새잎 내며
가랑잎을 툭툭 떨구고는
여름 앞두고 다시 우거지며
곱다시 꽃내음 흩뿌리고
제비 날갯짓 반기면서
바람춤을 선보이네
봄비가 달래는 멍
봄볕이 다독이는 멍울
봄바람이 다스리는 잎멍
한결 튼튼히 서는 나무
.
.
지난 2021년 봄에 쓴 노래꽃 ‘멍’.
2022년 9월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셈틀로 토닥토닥 옮긴다.
노래꽃을 늘 쓰지만
손으로 꾸러미(수첩)에 적을 뿐
셈틀로는 더디 옮긴다.
지난해 봄에
대구 마을책집으로
이 노래꽃을 띄웠구나.
내가 쓴 글이지만
막상 되읽어 보는데
마치 처음 읽는 글처럼
아름답다고 느꼈다.
오늘 새로 쓸 노래꽃(동시)도
내가 쓴 줄을 잊고서
“누가 이렇게 아름다이 썼을까?”
하고 느낄 수 있기를 꿈꾼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