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먹깨비 작은 곰자리 54
로랑스 케메테 지음, 이세진 옮김 / 책읽는곰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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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2.9.18.

그림책시렁 1029


《쓰레기 먹깨비》

 로랑스 케메테

 이세진 옮김

 책읽는곰

 2021.8.27



  먼먼 아주 머나먼 옛날부터 이 별에는 쓰레기란 없습니다. ‘쓰레기’라는 낱말은 참으로 오래되었데, 막상 쓰레기라 일컬을 만한 추레하거나 지저분한 것은 없던 지난날입니다. 첫 쓰레기는 언제 생겼을까요? 바로 우두머리가 불거진 때입니다. 풀꽃나무랑 흙이랑 숲을 품지 않고서 ‘입으로만 떠들며 총칼을 앞세운 힘꾼’인 우두머리가 서면서, 벼슬아치가 서고, 싸울아비가 나타나고, 이런 곳에 바야흐로 쓰레기가 하나둘 나타났습니다. 《쓰레기 먹깨비》는 쓰레기를 치워 주는 놀랍고 재미난 배를 바탕으로 줄거리를 여미는구나 싶은데, 줍거나 거둔다고 해서 사라질 쓰레기가 아닙니다. 삶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고 마음을 바꾸고 삶터를 바꾸고 일자리를 바꾸지 않는다면 도무지 안 사라질 쓰레기입니다. 제아무리 으리으리한 ‘밥만듦터(식품공장)’여도 논밭이 없으면 못 돌아갑니다. 감자밭이 없이 ‘감자칩 과자’를 찍지 못 합니다. 밀밭이 없이 ‘과자 공장’을 돌리지 못 합니다. 그림책 하나는 나쁘지 않되, 삶과 살림을 깊이 바라보기보다는 재미나거나 귀여운 ‘배’하고 ‘톱니바퀴 일꾼’을 그릴 뿐입니다. 그림책이라면 상냥하면서 넉넉하게 ‘쓰레기를 낳는 나라 얼거리’를 통째로 뒤엎는 줄거리를 담을 만하지 않나요?


#LAvaleTout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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