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었던 용기
휘리 지음 / 창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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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2.9.18.

그림책시렁 1028


《잊었던 용기》

 휘리

 창비

 2022.4.15.



  한창 《보리 국어사전》 엮음빛(편집장)으로 일하던 2003년 봄날, 함께 일하는 벗님이 “야, 이 그림 이상하지 않아?” 하고 물었습니다. ‘보리’에서 펴낸 “보리 어린이 노래마을”에 실린 ‘귀여운 그림’ 가운데 하나를 턱 짚더군요. “음, 그런가?” 했더니 “너도 자전거 타잖아. 이 자전거 그림 말이 되니?” 하고 되물어요. “아! 그러네! 엉터리잖아!” 그날 벗님이 ‘그림님(화가)들이 잘못 그리는 자전거’ 모습을 짚어 준 뒤로 그림책을 다시 바라보았습니다. 그때까지는 ‘글에서 틀린 데’만 살폈다면, 그날부터는 ‘그림에서 틀린 데’도 돌아봅니다. 《잊었던 용기》는 두 아이(순이) 사이에서 머뭇머뭇하다가 살며시 마음을 열며 말길을 트는 줄거리를 다룹니다. 나뭇잎이 팔랑이는 바탕그림을 보여주면서 아이도 어른도 천천히 마음길을 열며 동무로 지내며 오붓하다는 뜻을 편다고 할 만한데, 동무로 지내는 둘은 ‘용기’를 낸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말은 씩씩하게(용기) 할 수 있지 않습니다. 둘레(사회)에 휘둘리지 않는 숨결일 때에 비로소 말길을 틉니다. 《잊었던 용기》에 나오는 자전거 그림이 엉터리인 줄 알아차릴 분이 있을까요? 겉그림도, 둘이 나란히 달리는 대목도 엉터리입니다. 작은 곳을 안 보면 겉치레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잘 모르는 사람들은
숲노래 씨가 
왜 그림책에서
자전거 잘못 그린 대목을
그렇게 날카롭게 콕콕 짚으며
“이렇게 틀리게 그리면 안 된다”고
따지는 줄 모른다.

그러나 굳이 말한다.
아이들한테 자전거는
어마어마한 빛이다.

자전거 함부로 그리는 사람은
어린이를 사랑하는 척하는
거짓말 어른이라고 느낀다.

옛날은 그냥 골목에서 뛰노는 어린이라면
이제는 자전거라도 타며
겨우 숨돌리는 어린이인데
자전거를 함부로 그린다면
그야말로 어린이를
안 쳐다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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