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이 책 밑에는 (2022.5.16.)
― 광주 〈광일서점〉
광주에서 글깨나 쓴다는 분들은 으레 “계림동 책골목이 죽었다”고 말하는 듯한데, 책골목이 죽을 까닭이 없기도 하지만, 그분들이 그렇게 말하는 까닭은 “그분들 스스로 계림동 책골목에 안 간다”는 뜻입니다. 책골목을 살리려면 글깨나 쓰는 나리부터 책마실을 할 노릇입니다. 광주 헌책집이나 책집살림을 북돋우려면 ‘문화예술인’이라 내세우는 그분들부터 책집마실을 누릴 일입니다.
광주도 전남도 문화재단이 크고 목돈을 굴립니다만, 책하고 얽혀서는 거의 안 씁니다. 책집을 사랑하거나 북돋우는 데에는 푼돈조차 잘 안 쓰더군요. 나라지기 문재인 님이 있던 2020년 7월, ‘남해안 관광벨트’라면서 ‘20조 원’이 넘는 돈을 쏟아붓겠다는 길(정책)을 새로 내놓은 적 있습니다. 거의 삽질(토목공사)에 목돈을 쓰는 길인데요, 책숲(도서관)이나 책집뿐 아니라 ‘삶을 담는 글로 여미는 책’하고 얽혀서는 아무런 나랏길(국가정책)이 없다고 느낍니다.
광주 금남로는 늘 사람들 발길이 북적입니다. 가게는 눈부시고 젊은이 옷차림은 반짝입니다. 광주 계림동을 걷자니 사람 발길이 거의 없고 썰렁하며 젊은이는 찾아볼 수조차 없습니다. 금남로하고 계림동이 그리 멀잖으나, 둘 사이는 하늘땅처럼 갈립니다. 이 계림동 한켠에서 오늘도 곧게 헌책집을 여는 〈광일서점〉입니다. 밖에서 스치듯 보면 ‘낡아가는 새 알림판(시청·구청에서 똑같이 새로 바꾼 알림판)’이 한참 빛바랬다고 느낍니다. 광주 글바치는 광주를 ‘예향’이라 일컫는 듯한데, 책집 알림판만 갈아치우는 길은 아름답지도 멋스럽지도 않습니다.
수북수북 넘실거리는 책물결을 하나씩 들춥니다. 예전에 읽히고서 잊힌 책도, 오늘날 새로 읽힐 만한 책도 수두룩합니다. 새책집에 갓 들어가는 책만 읽을거리일 수 없습니다. 굳이 새로 엮은 헤세를 읽어야 할까요? 지난날 일찌감치 옮긴 헤세를 읽을 수 있고, 새책이건 헌책이건 고스란히 흐르는 빛줄기를 헤아릴 만합니다.
이 책을 집어서 들추면 어느새 옆에서 다른 책이 부릅니다. 다른 책을 들여다보면 또 이 옆에서 새로운 책이 부릅니다. 책손은 없되 책으로 너울대는 골마루에서 묵은책하고 이야기합니다. “나 좀 봐.” “응, 이 아이부터 보고서.” “나도 좀 보라니까.” “그래, 곧 볼게.” “난 언제 볼래?” “손이 닿는 대로 볼게. 다같이 장만해서 우리 시골집에 옮겨놓고서 몇 달에 걸쳐 느긋이 볼 수 있지.” “그럼 나도 데려가.” “너희를 통째로 데려가고 싶구나. 너희를 하나하나 닦고 햇볕을 먹이고서 새빛을 밝힐 날이 곧 있겠지?” 눈과 귀를 여는 분들이 환하게 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아이랑 소꿉놀이를 하듯 책이랑 노는 이웃이 늘기를 바라요.
ㅅㄴㄹ
《민속극》(전경욱, 한샘, 1993.1.20.)
《13월》(에리히 케스터너/정태남 옮김, 영학출판사, 1988.8.10.)
《아낌없이 주는 나무》(쉘 실버스타인/김영무 옮김, 분도출판사, 1975.10.20./1976.12.20.4벌)
《分斷時代의 歷史認識》(강만길, 창작과비평사, 1978.8.20.첫/1979.3.30.2벌)
《運命도 虛無도 아니라는 이야기》(김형석, 삼중당, 1964.1.20.첫/1964.4.5.2벌)
《국어 교과서에 따른 표준 발음 지도 자료(장·단음과 실제 발음)》(오명렬, 한국교육출판, 1991.4.)
《中·高等學生用 敎育漢字辭典》(편집부, 구문사, 1973.5.20.)
《현대 차 생활용어》(한국차문화협회 엮음, 보림사, 1990.8.30.)
《나의 아버지 채플린》(C.채플린 2세/이신복 옮김, 중앙일보, 1978.1.25.첫/1981.11.5.5벌)
《東方記行》(헤르만 헤세/곽복록 옮김, 중앙일보, 1978.5.15.첫/1981.7.20.2벌)
《유럽의 民話》(막스 뤼티/이상일 옮김, 중앙일보, 1978.6.20.첫/1981.9.15.3벌)
《北極探險》(홍성호 엮음, 중앙일보, 1979.6.10.첫/1981.11.5.2벌)
《카프카의 한 친구》(아이작 싱거/천승걸 옮김, 중앙일보, 1979.1.15.)
《明洞聖堂》(노기남, 중앙일보사, 1984.4.20.)
《2001년의 日本》(中村忠一/노계원 옮김, 중앙일보사, 1985.8.10.)
《詩란 무엇인가》(J.L.주베르/장영수 옮김, 중앙일보사, 1985.2.20.)
《인형의 집》(엔리크 입센/홍건식 옮김, 학원사, 1989.1.15.첫/1990.4.20.4벌)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F.니체/황문수 옮김, 삼중당, 1984.2.15.)
《밤에 쓴 인생론》(박목월, 삼중당, 1984.2.15.)
《말 29호》(장경옥·김태홍 엮음, 민주언론운동협의회, 1988.11.1.)
《盆裁界 2호》(송삼섭·이상현 엮음, 한국분재협회, 1982.10.1.)
《평화의 나무 김대중 2》(오수 글·그림, MK, 2000.12.20.)
《중학준비영어》(박일규·손세환 엮음, 능력개발, 1980.12.5.)
《삶의 바른 길》(이경인 엮음, 교문출판사, 1984.11.30.첫/1985.10.30.2벌)
《東京, 그 巨大한 村落》(김소운, 배영사, 1969.9.15.)
《세개의 황금사과 外》(조운제 옮김, 중앙일보·동양방송, 1977.5.10.)
《とんぐり民話集る(星新一, 新潮社, 1993.12.15.)
《TO YOU BOOKS 97 상처입은 결혼》(앤 마서/김희성 옮김, 문화광장, 1995.2.5.)
《예비자 및 초보자를 위한 교리문답》(임덕·이영식·구도날드·조영호,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77.7.1.첫/1980.3.10.4벌)
《에드워드 케네디》(지미 번스/국흥주 옮김, 1979.10.25.)
《Samjungdang English Series C 215 황금강의 임금님》(J.Ruskin/김병익 옮김, 삼중당, 1982.5.15.)
《갈매기의 꿈》(리처드 바크/정성환 옮김, 동서출판사, 1978.6.20.)
《알기쉬운 생활한자 모음집》(이상만 엮음, 국민은행·공정문화사, 1996.11.15.)
《中國 雜誌 252號》(편집부, 中華民國, 1983.11.15.)
《少年兒童趣味 字 ...》
《高敞의 얼(傳說篇)》(편집부, 고창군교육청, 1987.12.4.)
《내 고장 해남》(편집부, 해남군교육청, 1987.10.5.)
《분단을 뛰어넘어》(양은식·김동수 외, 중원문화, 1988.6.30.)
《조선에서 자본주의적 관계의 발생》(전석담·허종호·홍희유, 이성과현실, 1989.3.20.)
《軍隊文化의 뿌리》(양희완 엮어 옮김, 을지서적, 1988.11.15.)
《古文字學 첫걸음》(李學勤/하영삼 옮김, 동문선, 1991.6.20.)
《國祖檀君 第2輯》(편집부, 단군정신선양회, 1984.11.10.)
《天然記念物總覽》(최원식 엮음, 한국교육출판, 1980.7.20.)
《中等敎授資料(舊 中等敎育) 英語科 編 3호》(박영호 엮음, 월간 중등교육자료, 1971.11.1.)
《체육 교육 자료 총서 28 테니스》(편집부, 문교부, 1975.2.15.)
《최불암 이야기》(윤덕주 엮음, 백암, 1991.12.6.첫벌/1992.1.25.4벌)
《레닌과 아시아 민족해방 운동》(편집부, 남풍, 1988.3.30.)
《기형도 산문집》(기형도, 살림, 1990.3.1.첫/1993.1.4.12벌)
《인형극의 실제》(헬렌 플링 글·챨스 포벨 그림/조용수 옮김, 서낭당, 1983.3.10.)
《토함산 노랑제비꽃》(김녹촌, 그루, 1992.7.15.첫/1994.6.20.3벌)
《작은 책방》(엘리너 파전 글·에드워드 아디존 그림/햇살과나무꾼 옮김, 길벗어린이, 1997.1.30.첫/2006.5.1.고침판)
《빨리 해보라구》(찰스 M.슐츠/편집부 옮김, 선영사, 1985.4.1.첫/1989.9.4.중판)
《てるてる坊主れ》(畑守人 글·大隅太南 그림, 第一法規出版, 1991.2.14.)
《おにたのぼうし》(あまん きみこ 글·岩崎 ちひろ 그림, ポプラ社, 1969.8.첫/1979.4.31벌)
《現代韓國人名辭典·現代生活用語辭典》(편집부, 합동통신사, 1968.1.10.)
《21세기 참다래시장전략》(정운천, 전라남도, 1993.5.14.)
《조합결성의 기초지식》(편집부, 동녘, 1984.8.30.)
《오늘의 고흥》(편집부, 고흥군청, 1954.5.)
《최신 학교무용》(구채경·김금희·성인자·이석기·추분자·한현옥, 교육자료, 1985.7.20.)
《科學·人間·自由(갈릴레오의 苦悶》(김용준, 명진사, 1979.10.1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