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넋/숲노래 우리말 2022.9.10.
오늘말. 밤놀이옷
큰고장(도시)에서 살 적에는 밤모임에 곧잘 나갔습니다. 아침·낮·저녁에는 다들 밥벌이를 하느라 바쁘니, 밤이어야 비로소 짬을 낼 수 있는 이웃이 많습니다. 시골에서 살며 밤빛모임은 아예 안 합니다. 시골사람은 별빛이 돋을 즈음 꿈나라로 가기도 하고, 저부터 보금숲에서 별바라기를 하면서 포근히 꿈누리에서 쉬려 합니다. 밤마실을 안 하니 밤마실옷이건 밤놀이옷이건 여태 입은 적도 장만한 일도 없습니다. 누가 밤빛을 누리는 별모임을 연다면 그분더러 “‘별밤옷’을 입으시겠군요.”라든지 “별마실옷’을 차리시겠어요.” 하고 말할 뿐입니다. 말을 어렵게 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스스로 아직 모르니까 빙빙 돌리거나 갖은 먹물말(학술용어)을 주워섬겨요. 환하게 안다면 환하게 알아듣도록 가장 쉬운 말씨랑 낱말을 골라서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는 글을 쓰고 말을 폅니다. 풀꽃하고 동무를 하면 풀꽃말을 쓰지요. 나무하고 이웃하면 나무말을 들려줘요. 별님하고 사귀면 별빛이 감도는 말을 노래하고, 바다를 품으면 바다처럼 너르면서 맑게 속삭입니다. 책에 갇히기에 글멋을 부리는 글쓰기로 맴돕니다. 마음을 밝게 그리면 될 뿐입니다.
ㅅㄴㄹ
밤놀이·밤마당·밤빛마당·밤모임·밤빛모임·별놀이·별밤놀이·별빛놀이·별모임·별빛모임·별빛마당·별밤마당 ← 야회(夜會)
밤놀이옷·밤마당옷·밤마실옷·밤잔치옷·별놀이옷·별마당옷·별마실옷·별잔치옷·별밤옷 ← 야회복
그림·글씨·글·그리다·쓰다 ← 휘호(揮毫)
글·글맛·글멋·글빛·글쓰기·글일 ← 문업(文業)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