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넋/숲노래 우리말 2022.9.10.
오늘말. 바늘돌
칼을 쥐고 싶다면 부엌에 설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싸움칼로 가르거나 베는 짓은 바보요, 무를 썰고 마늘를 다지고 당근을 토막내고 감자를 치는 손길은 아름답다고 봅니다. 숱한 사내들은 참 오래도록 싸움을 벌입니다. 거머쥐려고 싸우고, 빼앗으려고 싸우며, 지킨다면서 싸웁니다. 싸움칼을 쥔 하루라면 늘 싸움을 마음에 담습니다. 짬을 내어 부엌칼을 쥔다면 살림길에 마음을 기울여요. 한가위나 설에 달빛을 바라보는 분이 많은데, 달이 무엇인지 찬찬히 짚는 넋이라면, 달빛 사이로 얼핏설핏 드러나는 작은 별빛을 눈여겨보리라 생각해요. 푸른별은 해님을 비롯한 별빛이 스미는 사이에서 포근합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별빛으로 마주하기에 사랑스러워요. 흐르는 틈을 헤아리다가 바늘돌을 문득 바라보노라면 어느새 모든 소리가 한칼에 사라지면서 고요한 꿈나라로 곧장 날아가곤 합니다. 한곳에 마음을 쏟으면 소리도 모습도 불현듯 걷혀요. 자그마한 돌멩이를 손바닥에 얹어서 물끄러미 바라보아도 곧바로 꿈길로 날아갈 만합니다. 푸른별은 커다란 돌일 수 있어요. 손가락으로 집는 돌도 별일 만합니다. 바람 한 줄기가 쓱 불면서 지나갑니다.
ㅅㄴㄹ
한칼·한칼에·한칼베기·한칼가르기·한칼가름·한칼에 베다·한칼에 가르다·바로하다·바로·바로가다·곧바로·곧장·선뜻 ← 일도양단(一刀兩斷)
문득·불쑥·불현듯·걸핏·설핏·언뜻·얼핏·스치다·짧다·작다·적다·조금·쑥·쓱·샅·짬·틈·틈새·새·사이·토막틈·하루 ← 일분일초(一分一秒), 일각(一刻)
바늘돌·바늘쇠 ← 시계추
쇠·돌·돌멩이·돌붙이 ← 추(錘)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