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게 살아온 나날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31
조지 고든 바이런 외 지음, 피천득 옮김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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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2022.9.8.

노래책시렁 247


《착하게 살아온 나날》

 조지 고든 바이런 외

 피천득 옮김

 민음사

 2018.6.1.



  책집에서 책을 장만하는데 책집지기가 책을 힐끗 보다가 풋 하고 웃음을 터뜨린 일은 꼭 두 판입니다. 처음은 《밥벌이의 지겨움》을 살 적인데, 책집지기 할배는 “지가 밥벌이를 얼마나 해봤기에 지겹다고 말해?” 하고 대뜸 한마디했습니다. 다음은 《착하게 살아온 나날》을 살 적으로, 책집지기 할매는 “착하게? 착하게 산 사람이 다 얼어죽었나?” 하고 불쑥 한마디했습니다. 저는 그저 책을 장만해서 읽을 마음이었는데, 예순줄을 훌쩍 넘긴 두 책집지기님이 책을 쓴 사람이 붙인 책이름을 보고서 어이없어 너털웃음에 핀잔을 하시기에 퍽 놀랐습니다. 그러고 보면, 다른 책집지기님도 애써 말을 삼갔지만, 책이름을 보고 말없이 “허허허!”라든지 “제가 책을 팔기는 합니다만 이런 책은 ……” 한 적이 제법 있어요. 피천득 님이 이웃나라 노래를 우리말로 옮긴 지 제법 된 줄 알고, 이 책에 실은 노래는 진작 읽기는 했습니다. 다 읽은 노래를 굳이 산 까닭은 딱 하나예요. 옮긴이가 새로 쓴 머리말이 알쏭달쏭할 만큼 오락가락했거든요. 총칼로 쳐들어온 일본이지만, 이 일본한테 사로잡힌 이 나라 글꾼이 수두룩한 민낯에, 배부른 살림이었으면서 글로만 가난을 노래한 두동진(모순) 모습은 하나도 안 착하거든요.


ㅅㄴㄹ


나는 열다섯 살 무렵부터 일본 시인의 시들 그리고 일본어로 번역된 영국과 유럽의 시들을 읽고 시에 심취했습니다. (옮긴이 말/5쪽)


우리나라에도 시인이 참 많은데, 나는 그들에게 이런 말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시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자존심이라고 말입니다 …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시인들 중에는 권력 앞에 굴종하고 위정자들에게 의탁한 시인들이 있습니다. 이익을 바라서 순정을 파는 것은 시인의 도리가 아닙니다 … 사실, 나는 안정적인 삶을 살아왔습니다. 글을 써서 이름도 얻었고 대학교수도 했습니다. 그런데 나는 이런 사실이 너무도 송구스럽습니다. (옮긴이 말/7쪽)


※ 고칠 말씨

백설이 희다면은 그의 살갗 검은 편이

→ 눈이 희다면은 그이 살갗 검기를

→ 흰눈 곁이면 그사람 살갗 검도록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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