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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 논쟁의 기록과 진실 - 문화운동가 임진택의 애국가 바로잡기
임진택 지음 /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 2020년 11월
평점 :
숲노래 책읽기 2022.9.8.
인문책 시렁 236
《애국가 논쟁의 기록과 진실》
임진택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2020.11.10.
《애국가 논쟁의 기록과 진실》(임진택,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2020)을 읽기 앞서까지 ‘애국가’란 이름인 노래를 돌아본 적은 없습니다. 노랫말에 담은 뜻은 훌륭하더라도 어린이가 알기 어려운 한자말이 많다고 느끼기는 했습니다. 어린배움터(국민학교)를 다니던 1982∼87년에는 날마다 이 노래를 불러야 해서 지긋지긋할 뿐 아니라, ‘노랫말이 뭔 소리래?’ 하면서 골이 아팠어요. 국민교육헌장하고 애국가를 날이면 날마다 외우도록 시켜서 못 외우면 두들겨맞아야 했거든요.
어린배움터를 마치는 1988년 2월 어느 날 “이제 더는 날마다 외우기를 시키지는 않을 테니 한숨 돌리겠네.” 하고 혼잣말을 내뱉았어요. 이 혼잣말이 좀 컸는지, 길잡이(담임교사)가 들었고, 길잡이한테 또 얻어맞는구나 싶었지요. 그런데 길잡이는 “며칠 뒤면 졸업이니 오늘은 봐주지. 중학교에서는 외우라 시키지는 않을 테지만, 입시지옥이 너희를 기다린단다.” 하며 이죽거렸습니다.
우리는 평양에서 태어난 ‘안익태’로 여기지만, 이녁은 ‘에키타이 안’이란 일본이름으로 바꾼(창씨개명) ‘일본사람’이었으며, 나중에 ‘에스파냐사람’으로 나라를 갈아탔다고 합니다. 노래를 엮고 이끄는 솜씨가 있었기에 숱한 ‘일본사람’을 젖히고서 이끎이(지휘자)가 될 뿐 아니라, ‘일본축전곡’이나 ‘만주환상곡’을 엮어서 선보일 수 있었다고 여길 만합니다.
오늘날에는 에키타이 안이 걸어온 민낯을 하나하나 밝혀낸다지만, 일본이 총칼로 이 나라를 짓밟던 무렵에 이이가 일본이며 만주이며 유럽을 다니면서 무엇을 했는지 알아챈 사람은 어쩌면 아예 없거나 거의 없었으리라 느낍니다. 하늘한테서 받아 스스로 갈고닦은 솜씨를 총칼나라(제국주의·군국주의·식민주의)에 바친 에키타이 안일 텐데, 나라(정부)에서 스스로 조금만 살펴도 민낯을 더 널리 캐낼 수 있으리라 봅니다.
참다이 ‘나라사랑’이라면 힘·이름·돈에 따라 춤추지 않습니다. 힘·이름·돈에 따라 춤추기에 ‘힘있고 이름있고 돈있는 나라에 붙어’서 ‘한 줌짜리 솜씨’를 뽐내려고 합니다. 총칼을 휘두르는 무리한테 빼앗긴 땅을 되찾으려고 온힘을 바친 김구·안창호 님이 바란 뜻을 헤아린다면, 〈만주환상곡〉(에키타이 안)은 이제 걷어내고서 〈아름다운 강산〉(신중현)이나 〈고향의 봄〉(이원수)을 나라사랑노래로 새롭게 삼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나라사랑노래는 둘이어도 아름답습니다. 무엇보다 어린이가 쉽고 즐겁게 부를 수 있어야 나라사랑노래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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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쓴 만주환상곡 합창 부분의 주제는 놀랍게도 “10년 세월 성숙한 만주국이 일본과 굳건히 연결되어 독일과 이탈리아를 응원한다”라는 내용이다 …… 더욱 알 수 없는 정황은 안익태가 독일 주재 일본 정보총책이었던 에하라 고이치의 사저에서 2년 반을 함께 지냈다는 사실이다. (18쪽)
김구가 남긴 이 자료를 보면서 나로서는 참으로 분하고 참담했다. 안익태 작곡의 애국가를 임시정부가 수용해서 독립군에게 열심히 보급하고 중국, 미국 등 연합국과 함께 조국 광복에 매진했던 1940년대 초, 정작 안익태는 에키타이 안이라는 이름으로 독일, 이탈리아 등 추축국을 순회하며 에텐라쿠와 일본축전곡, 만주환상곡을 열렬히 지휘하고 다녔다. (69쪽)
자신의 반민족행위를 숨기고 스페인으로 피신한 안익태는 동족상잔의 한국전쟁이 끝난 후 자기가 작곡한 애국가 곡조가 분단된 대한민국에서 공식 국가(國歌)로 사용됨을 알게 되고, 1955년 이승만 대통령 80회 생일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대대적인 환영을 받으며 귀국했다. 이승만을 만난 자리에서 그는 자신이 작곡한 한국환상곡(코리아 판타지)의 악보를 선물했는데, 맨 앞장에는 ‘한국환상곡’의 연주 연보(年譜)를 빼곡히 기록해 놓았다. 그런데 그가 기록해 놓은 연보는 거짓말이었다. 후일 연구자들에 의해 밝혀진 바에 의하면, 당해 연도의 해당 장소에서 연주된 곡목은 한국인 안익태의 ‘한국환상곡’이 아니라 일본인 에키타이 안이 지휘한 ‘일본축전곡’과 ‘만주환상곡’ 또는 ‘교쿠토(極東)’였다. (23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