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오늘책

오늘 읽기 2022.7.22.


《어둠의 왼손》

 어슐러 K.르 귄 글/최용준 옮김, 시공사, 1995.5.1.첫/2014.9.5.두벌고침



우리 집 매미가 노래한다. 어떻게 우리 집 매미인 줄 아느냐 하면, 우리 집에서 자라는 나무에 허물이 붙고, 이 나무에서 마을을 쩌렁쩌렁 울릴 만큼 노래를 하니까. 개구리노래는 슬슬 잦아들고, 풀벌레노래가 조금씩 피어나는데, 풀죽임물(농약)을 요새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허벌나게 뿌려댄다. 곰곰이 돌아본다. 개구리노래가 너무 일찍 잦아든다. 다 풀죽임물 탓이다. 게다가 논도랑을 거의 잿빛(시멘트)으로 바꾼 탓이다. 어느 이웃님이 들려주던데, 논도랑을 잿빛으로 바꾸면서 돈을 억수로 쓴다더라. ‘○○ 정비사업’이란 이름으로 삽질을 해대며 검은돈이 넘친다지. 흙도랑이 사라지며 개구리에 맹꽁이가 떼죽음이요, 반딧불이도 자취를 감춘다. 비님, 다시 오시겠습니까. 늦은낮에 빨래를 하고서 작은아이랑 걸어서 천등산 골짜기로 다녀온다. 《어둠의 왼손》을 자리맡에 두지만 어쩐지 안 읽힌다. ‘어슐러 르 귄’ 님 글은 도무지 안 읽힌다. 이녁 어머니인 ‘디오도러 크로버’ 님 글은 술술 읽히고 아름다운데. 아직 손에 안 잡힌다면 이녁 글을 읽을 때가 아니란 뜻일 테지. 더 묵혀 놓자. 묵히고 묵히고 자꾸자꾸 묵히다 보면 어느 날 비로소 읽힐 수 있겠지. 그때까지도 안 읽히면 책시렁으로 얌전히 옮겨놓자.


ㅅㄴㄹ

#TheLeftHandofDarkness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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