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7.19.


《둥지 밖의 언어》

 이상규 글, 생각의나무, 2008.11.10.



아침에 부천에서 전철에 버스를 갈아타고 연천으로 간다. 얼마나 멀랴 싶더니 얼추 네 시간이 걸린다. ‘38선’을 넘고, ‘싸움터(군대) 옆 찻집(다방)·머리집(이발소)’ 옆을 스친다. 피가 튀기는 싸움판뿐 아니라, 젊은 사내를 총칼로 길들이는 싸움터도 순이를 노리개로 삼는 터전일 뿐이다. 연천 시내버스를 타고서 한참 돌고도는 길에서 만나는 낡아가는 마을가게 앞에 꽃그릇 줄줄이 있다. 다 다른 손길로 다 다르게 가꾸는 꽃그릇이 싱그럽다. 먼저 〈오늘과 내일〉에 닿는다. 이곳 책집지기님은 어깨동무(평화)를 이루는 길을 찾고 나누려는 마음으로 연천에서 길손집이자 빵집이자 책집을 꾸리신다고 즐거이 말씀한다. 이윽고 〈굼벵책방〉에 깃든다. 책집은 멧숲으로 둘러싼 너른들에 있고, 곁에는 말이 울음소리를 내며 달린다. 그림책집이 있을 만한 아늑한 자리이다. 이제 연천에서 서울로 한참 먼길을 간다. 〈조은이책〉까지 들르고서 책짐을 안고 지고서 길손집에 깃든다. 《둥지 밖의 언어》를 읽으며 내내 아쉬웠다. 국립국어원 이끎이까지 맡은 분조차 ‘말’이란 우리말을 쓸 줄 모른다. ‘말·말결·말씨·말꽃·말길·말빛·말넋·말삶·말새’를 알맞게 쓸 수 있다면, 비로소 우리말을 조금 우리말스럽게 하는 사람이리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