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곁말/숲노래 말빛

곁말 72 긴낮



  어릴 적에 어머니는 상냥하면서 어진 길잡이(교사)였습니다. 요새는 배움터 길잡이(학교 교사)가 어린이를 마구 때리거나 괴롭히는 짓이 사라졌다지만, 지난날에는 배움터에서 길잡이한테 뭘 물어볼 수 없었어요. 아주 무섭고 사나웠거든요. 어머니한테 여쭈면 “얘, 너희 학교 선생님들은 안 가르쳐 주니? 왜 늘 엄마한테만 묻니?” 하시지요. “몽둥이를 들고 노려보는데 무서워서 어떻게 물어봐요. 모르면 모른다고 때리는걸요.” “아유, 할 수 없지. 그래서 뭐?” 어느 날은 “‘하지’하고 ‘동지’가 뭐예요?“ 하고 여쭙니다. “하지랑 동지? 학교는 그런 절기도 안 가르치니?” “아직 책(교과서)에 안 나오는걸요.” “여름에 낮이 가장 길어서 ‘하지’이고, 겨울에 밤이 가장 길어서 ‘동지’야. 그러니까 긴낮이 하지이고, 긴밤이 동지이지.” “아, 그런 한자로구나. 그러면 ‘긴낮’하고 ‘긴밤’이라 하면 알기 쉬울 텐데요.” 왜 철눈(절기節氣)를 굳이 한자말로만 엮어야 할까요? 어린이부터 알기 수월하고 누구나 곧바로 알아차리도록 우리말로 쉽게 엮도록 마음을 기울이고 생각을 할 만하지 않을까요? 지난날 우리 어머니한테서 들은 말을 되살려 오늘은 저 스스로 어버이로서 우리 아이들한테 철빛을 사근사근 들려줍니다.


긴낮 (길다 + ㄴ + 낮) : 낮이 길고 밤이 짧은 날이나 때.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은 날을 가리키기도 한다. ( ← 하지夏至, 하짓날)

긴밤 (길다 + ㄴ + 밤) : 밤이 길고 낮이 짧은 날이나 때.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을 가리키기도 한다. (= 깊밤. ← 동지冬至, 동짓날)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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