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민음사 탐구 시리즈 4
임소연 지음 / 민음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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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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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돌이(남성)란 몸을 입고 태어났기에 순이(여성)를 알 턱이 없습니다. 이 몸을 내려놓는 날까지 저로서는 ‘순이를 알 턱은 없다’고 할 만합니다. 거꾸로 보면, 순이란 몸을 입고 태어난 사람들은 ‘돌이를 알 턱이 없다’고 할 만합니다. 둘(순이·돌이)은 서로를 알 턱이 없습니다. 그저 “어림할 수는 있고, 지켜볼 수도 있”습니다.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은 ‘빛꽃밭(과학계)’에 일순이(여성노동자)가 얼마나 적은가를 짚으면서 일돌이(남성노동자)가 저지르는 바보스런 마음과 모습을 밝힙니다. 틀림없이 일순이가 적은 곳이 많습니다. 버스일꾼·택시일꾼·짐차일꾼은 거의 돌이요, 싸울아비(군인)도 막일꾼(공사장 잡역부)도 고기잡이(어부)도 짐승잡이(도축업자)도 거의 돌이예요. 엮음이(출판사 편집부)하고 배움길잡이(교사)는 거의 순이입니다. 순이돌이는 틀림없이 다른 몸인 사람이며 같은 넋은 숨결입니다. 다른 몸이 같은 넋으로 사랑을 찾는 살림길을 지켜보기를 바라요.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임소연 글, 민음사, 2022.6.1.)


ㅅㄴㄹ


‘전문직 여성’이 늘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옳다.

그러면 ‘비전문직 남성’만 수두룩한 곳은

어떻게 해야 할까?


‘출판 편집자’와 교사는 거의 다 여성인데

‘편집자 채용 남성 쿼터제’나 

‘교사 채용 남성 쿼터제’를

해야 할 판은 아닐까?


이 나라와 지구를 통틀어 보면

여성과 어린이와

‘가난하거나 못생기거나 못 배우거나 시골에서 사는 남성’은

엄청나게 짓밟힌다(학대받는다).


‘버젓이 있는 갈등구조와 차별사회’를 살피고

차근차근 바로잡기도 해야겠는데,

‘권력과 지식이 있는 사람 중심’으로

‘젠더 갈등 소비’를 하는 글쓰기보다는

‘모든 곳에서 저마다 다르게 억눌린 이웃’하고

손을 잡고 어깨동무하는 길을

이제라도 살펴보고 말을 하고 글을 쓸 노릇 아닐까?


한때 “시골 농사꾼 남성한테 시집가기”를

대학교 운동권에서 ‘운동 차원’으로 

한 적이 있는데,

이 대목을 떠올리는 페미니스트가 있으려나.


‘서울 한복판에서 값비싼 아파트 한두 채를 거느리고,

값비싼 자가용 두어 대쯤 굴리고,

카페탐방을 즐길 수 있는 문화소비와 사치’가 아닌,

아이를 함께 사랑으로 낳아

풀꽃나무를 품은 숲빛 마음으로

순이하고 돌이가 

‘참다이 보금자리를 짓는 참살림 사랑길’을 밝힐 적에

비로소 평등(모든 평등)을 이루리라.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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