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는 무엇으로 그리는가 - 미술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도구들
이소영 지음 / 모요사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책읽기/책숲마실 2022.7.28.


책집지기를 읽다

14 수원 〈마그앤그래〉와 《화가는 무엇으로 그리는가



  빨리 걸을 수 있어야 낫거나 휼륭하지 않습니다. 많이 먹을 수 있어야 좋거나 뛰어나지 않습니다. 글을 잘 쓸 수 있거나 멋지게 쓸 수 있어야 대단하거나 빛나지 않습니다. 다 다른 사람들은 저마다 다르게 걸으면 됩니다.


  빠른걸음에 맞출 일이 없고, 느린걸음에 따라야 하지 않아요. 많이 먹든 적게 먹든 안 먹든, 누구나 스스로 누릴 만큼 노래할 적에 아늑해요.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살아가는 하루를 우리 손끝을 거쳐서 글로 옮깁니다. 남들이 쓰는 글을 배우거나 흉내내거나 훔칠 일이 없어요. 이름난 글지기한테서 글쓰기를 배울 까닭조차 없습니다.


  어린이는 누구한테서 글쓰기를 배우지 않습니다. 스스로 쓰고 싶을 적에 글을 씁니다. 어린이한테 남들이 놀이나 소꿉을 가르쳐 주어야 하지 않습니다. 어린이 스스로 놀고 싶기에 놀아요. 어린이 스스로 짓기에 소꿉입니다.


  수원에서 마을책집 〈마그앤그래〉를 꾸리는 지기님은 틈틈이 책을 선보입니다. 《화가는 무엇으로 그리는가》는 그림지기(화가)가 곁에 어떤 그림감을 놓고서 그림빛을 밝혔는가 하는 삶자취를 차근차근 짚는 줄거리입니다.


  어떤 그림지기는 널리 이름이 남고, 어떤 그림지기는 알아주는 사람이 적습니다. 어떤 그림지기는 그림숲(미술관)에 그림이 걸리고, 어떤 그림지기는 그림숲에 그림이 걸린 적이 없습니다.


  이름난 그림지기라 해서 그림을 빨리 많이 그리지는 않았습니다. 다들 제 삶결에 맞추어 그림을 빚고 펴고 나누고 남겼어요. 오늘을 살아가는 어린이를 헤아려 봐요. 어린이는 어린이로서 어린이답게 어린이 숨결을 그림으로 옮기나요? 아니면 ‘미술학원’에 다니면서 틀에 박힌 ‘작품’을 쏟아내는가요?


  푸른별 모든 어린이는 붓이 없이 나뭇가지로 흙바닥에 마음껏 그림놀이를 합니다. 이따금 붓을 쥐면 종이뿐 아니라 담벼락이나 마룻바닥에도 그림소꿉을 지어요. 우리 집 어린이도 집 곳곳에 그림꽃을 피워 놓았습니다. 한창 마루에 담에 곳곳에 그림놀이를 하는 어린이 곁에 서서 묻습니다. “여기에 무엇을 그리나요?” “응, 우리 집이 예쁘라고 꽃을 그려. 아버지가 늘 사랑을 말하기에 ‘사랑’이라는 글씨를 써 봤어.” 큰아이는 어느 날 보꾹(천장)에 밤별잔치 그림을 척 붙였습니다. “우리는 집에 누워서 자도 밤하늘에 별이 뜬 줄 알잖아? 그런데 누운 자리에서 별그림을 보면 별을 더 잘 볼 수 있을 테니까.” 하고 덧붙여요.


  그림은 일본스런 한자말로 ‘회화·회화예술·회화작품’이나 ‘시각예술·이미지아트’일까요? 그림은 오롯이 ‘그림’일까요? 그림에 다른 이름을 굳이 붙여야 한다면 ‘그림꽃’이나 ‘그림씨·그림씨앗’이라고만 하면 넉넉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을 거는 곳은 ‘그림숲(미술관)’이라 하면 될 테고요.


  그림물감을 풀고, 그림붓을 쥐고서, 그림종이에, 그림꽃을 폅니다. 하나하나 일군 그림노래는 그림잔치를 펴도록 그림숲에 차곡차곡 그러모을 만합니다. 우리는 서로 그림동무요, 그림순이에 그림돌이입니다. 그림길을 걸을까요? 그림빛으로 반짝반짝 생각날개를 펴는 그림별이 되어 볼까요? 이 나라는 그림나라로 거듭나기를 바라요. 그림마을에 그림책집이 있고, 그림지기가 그림길잡이 노릇을 합니다.


《화가는 무엇으로 그리는가》(이소영 글, 모요사, 2018.7.27.)


아이들에게 안전한 물감을 쥐어 주고 싶은 부모들도 인터넷으로 제작법을 배워 가며 템페라 물감의 명맥을 잇고 있다. (53쪽)


액자에 쏟아지는 관심은 높아졌지만, 연구하기는 쉽지 않다. 액자란 태생부터 작품을 지지하고 보호하는 역할이므로 오랜 시간을 거치면 파손되고 마모되는 게 당연하다. (68쪽)


노팔 선인장에 붙어 사는 벌레들을 일일이 손으로 잡아야 한다. 1킬로그램의 코치닐을 얻는 데 10만 마리의 벌레가 필요하다고 하니 이 색을 얻는 일은 결코 수월치 않다. (101쪽)


과학자들은 크로뮴옐로가 녹색과 푸른빛에 특히 약해 LED 조명이 변색을 가속시킬 것으로 예측했다. (193쪽)


19세기에 새로 개발된 안료들도 화가들의 건강을 위협했다. 크로뮴과 카드뮴은 색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안료들이나 유독성 물질이기도 했다. 말하자면 화가들은 직업병을 앓았던 것이다. (217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