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2.7.27.

나는 말꽃이다 97 씨앗



  우리가 ‘글’을 누리며 산 지는 아주 짧습니다. 거의 모두라 할 사람들은 글을 아예 모르는 채 ‘말’로 살림을 짓고 사랑을 나누며 삶을 가꾸었습니다. 말이란, 마음에 담을 생각을 옮긴 소리입니다. “마음에 담을 생각을 옮긴 소리인 말”을 주고받기에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란 “서로 마음에 담을 생각을 이으면서 삶을 짓는 하루를 나누는 일”입니다. 글을 모르던 옛사람은 스스로 살림을 짓듯 스스로 말을 지었으니, ‘사투리’는 저마다 다른 고장에서 모두 다르게 피어났어요. 살림·삶·사랑을 스스로 지은 사람들은 언제나 “마음 그대로 말을 가꾸는 나날”이었어요. 그런데 소리가 같고 뜻이 다른 ‘말’이 셋이니, “말 ㄱ : 생각을 담은 소리”이고, “말 ㄴ : 들을 달리는 숨결”이고, “말(마을) ㄷ : 사람이 모여 이룬 터”입니다. 삶말(입말)은 들말(들짐승)처럼 바람을 타고 홀가분히 퍼지는 하늘빛 기운입니다. 살림말(사랑말)은 마을(고을)처럼 널리 아우르고 품으면서 아늑하고 오붓한 숨결을 들려줍니다. 어느덧 말살림이 저물고 글살림으로 넘어서는 오늘날은, 이런 말결·말씨(말씨앗)를 그만 잊다가 잃습니다. “마음에 담는 말”처럼 “마음에 담는 말을 그린” ‘글’이 아닐 적에는 생각을 잊다가 잃어 헤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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