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도 상이 많아야 한다 - 임길택 선생님이 가르친 산골 마을 어린이 시 보리 어린이 22
임길택 엮음, 정지윤 그림 / 보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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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숲노래 시읽기 2022.7.12.

노래책시렁 243


《꼴찌도 상이 많아야 한다》

 정선 봉정분교 어린이

 임길택 엮음

 정지윤 그림

 보리

 2006.9.1.



  1987년에 나온 《학급문집 물또래》를 간추린 《꼴찌도 상이 많아야 한다》를 2006년에 처음 읽을 적에도, 2022년에 다시 읽을 적에도 책이름 탓에 여러모로 쓸쓸합니다. 흙으로 돌아간 임길택 님이 붙인 ‘물또래’라는 이름이 곱게 있는데 굳이 “꼴찌도 상이 많아야 한다”로 바꾸어야 했을까요? 아이를 낳아 살아가며 늘 돌아보노라면, 아이한테도 어버이한테도 보람(상)이 따로 있어야 할 까닭이 없구나 싶습니다. 아이랑 어버이는 보람으로 함께 살아가지 않아요. 둘은 오직 ‘사랑’으로 함께 살아갑니다. 임길택 님이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보며 함께 지낸 나날을 아이들 글로 갈무리한 책을 새로 펴내려 했다면 ‘물또래’란 이름을 그대로 쓰거나 “꼴찌도 사랑받아야 한다”쯤으로 붙일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람은 없어도 즐거워요. 사랑이면 됩니다. 종잇조각이나 돈이나 살림을 주고받는 보람이 아닌, 오롯이 마음으로 품고 토닥이고 노래하고 웃고 이야기하는 사랑이면 넉넉해요. 우리 삶은 사랑이기에 빛납니다. 우리가 쓰는 글은 사랑이기에 함께 나눕니다. 우리가 읽는 책은 사랑이기에 오래오래 물려줄 만합니다. 우리가 짓는 하루는 사랑이기에 너나없이 어깨동무하는 살림꽃으로 피어납니다.


ㅅㄴㄹ


명아주풀이 / 고추보다 더 크고 / 고추도 많이 뽑아야 하고 / 아직 29골이 남았는데 / 허리는 아프고. //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풀을 뽑아야 하는데 / 고추를 뽑는다. / 엄마는 저만큼 나갔는데 / 나는 아직 제자리에 앉아 / 놀 생각만 한다. (고추밭 매기-6학년 배연자/32쪽)


밤에 잠자다 / 깨어나 보면 / 어머니는 베를 짜느라 / 아직도 잠자지 않는다. // 이마에는 / 땀이 흐르고 있다. // 나는 / 수건을 어머니께 / 갖다 드렸다. (베 짜시는 어머니-6학년 이미경/7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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