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6.19.


《카틴카의 조금 특별한 꼬리》

 주디스 커 글·그림/공경희 옮김, 웅진주니어, 2018.5.15.



사다리를 받치고 높이 올라 후박알을 훑는다. 유월은 시골집에 느긋이 머물면서 말빛을 돌아보는 날이 적다. 서두르거나 조바심을 낼 수는 없다. 다 까닭이 있는 일이라고 여기면서 가만히 지켜본다. 맞이하는 일을 바라보고, 스치는 일을 살펴본다. 어제를 되짚고 오늘을 그린다. 후박알을 한참 따면서 둘레를 보는데, 끝물 앵두를 누리려고 찾아오는 딱새랑 참새가 앵두나무를 갈마든다. 앵두를 훑다가 딱새가 나뭇가지에서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았다. 후박알을 따다가 아하하 소리내어 웃었다. 잔나비도 나무에서 떨어지는데, 새라고 가지에서 안 미끄러지나. 하긴. 새가 미끄러지는 모습을 이따금 보았다. 사람도 멀쩡한 길에서 혼자 와장창 넘어지기도 하는걸. 읍내 다녀오며 수박 한 통을 장만한다. 작은아이가 신나게 드시기에 묵직한 등짐을 기꺼이 짊어진다. 《카틴카의 조금 특별한 꼬리》는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이 아름빛을 사람들은 얼마나 느끼거나 알까? 요새 그림책을 그리는 젊은분이 무척 많은데, 다들 붓질이나 줄거리에 너무 얽매이고 이야기에는 마음을 못 기울인다. ‘줄거리’하고 ‘이야기’가 다른 줄 모르는 분도 많더라. ‘사랑’이 무엇인 줄 모르는 분도 많다. 빨리 그리지 마셔요. 먼저 삶을 누리셔요.


#JudithKerr #KatinkasTale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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