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93 의
국립국어원 낱말책을 뒤적이면 ‘-의’를 토씨로 다루고 자그마치 스물한 가지 뜻풀이를 답니다만, 1920년 조선총독부 《조선어사전》에는 ‘-의’가 없습니다. 1938년 문세영 님 《조선어사전》에 비로소 ‘-의’를 넣고, 한글학회 1957년 《큰사전》에 ‘-의’ 풀이를 달지만, 최현배 님이 영어 말틀에 맞춰 우리말 매김자리(소유격)로 ‘-의’를 다룬 뒤로 “나의 집”하고 “나의 원하는 것” 같은 보기글이 퍼지면서 엇나갑니다. “우리 집”하고 “내가 바라는 길”인데 말이지요. 엉뚱히 퍼진 토씨 ‘-의’를 일부러 손질해 보아도 좋습니다만, 이보다는 “먼먼 옛날, 글이란 없던 때, 아이를 사랑으로 낳아 즐겁게 살림하면서 보금자리를 돌보고 하루를 손수 짓던 사람들은 어떻게 말하면서 이야기를 들려주었을까” 하고 생각해 보면 한결 부드럽고 쉽게 실마리를 찾을 만합니다. 참말로 “글 없이 말로만 살던 무렵 살림꾼 사랑스런 눈빛”으로는 ‘-의’가 불거질 일이 없습니다. 어제·오늘·모레를 잇는 낱말책은 예나 이제나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면서 삶을 짓는 슬기로운 살림길을 말씨 하나에 얹어 징검다리를 놓습니다. 영어나 일본말처럼 우리말을 써야 할 까닭이 없어요. 언제나 즐겁게 노래하면서 새롭게 찾고 가꿀 말씨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