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곁말/숲노래 우리말

곁말 65 마침꽃



  어릴 적에 배움터 길잡이는 늘 ‘종지부(終止符)’란 한자말을 썼습니다. 쉬운말 ‘마침표(-標)’가 있으나 “쉬운말은 쓰지 마. 쉬운말을 쓰면 바보가 돼!” 하고 으르렁거렸습니다. 지난 2015년부터 ‘종지부’는 낡은 일본 한자말이라서 더는 안 쓰기로 하겠다고, 아예 나라에서 못박습니다. 참 늦은 셈이지만, 이제라도 털어낸다면 나은 일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동안 이 일본 한자말을 앞세우면서 어렵게 들볶은 어른들은 “어렵게 써서 잘못했다” 하고 무릎을 꿇거나 고개를 숙였을까요. 낡은말 ‘종지부’는 이제 우리 터전에서 마침꽃을 찍고서 사라질 테지만, 아직 숱한 낡은말은 곳곳에서 활개를 칩니다. 아니, 숱한 낡은말이 낡은말인 줄 못 느끼거나 안 살피면서 그냥그냥 퍼지거나 맴돌아요. 곁에 어떤 말을 놓을 적에 스스로 빛나고 아이들이 반기는가를 헤아리는 어른이 늘기를 바라요. 어린이 눈높이를 살필 줄 아는 손길에, 모든 말이 꽃으로 피어나도록 북돋우는 손빛을 더하기를 바랍니다. 총칼을 앞세운 일본이 서슬퍼렇게 억누를 적에 문득 ‘마침표’란 말을 엮었을 텐데, 끝자락 ‘-표’도 부드러이 다독이고 싶습니다. 끝을 맺어 ‘끝꽃’입니다. 온길을 담아 ‘온꽃’입니다. 새 하루를 그리며 오늘을 마치는 꽃입니다.


마침꽃 (마치다 + ㅁ + 꽃) : 1. 글을 다 쓰거나 마친다는 뜻으로 오른쪽 밑에 찍는 작은 자국. ‘.’을 가리킨다. 2. 가거나 할 수 있는 만큼 다 하다. 마지막까지 다 하다. 3. 더 하지 못하거나 잇지 못하거나 다 되다. (= 끝꽃·온꽃·마침·마치다·마침길. ← 종지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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